시상식에서 돋보이고 싶은 것은 어느 연예인이나 마찬가지.
그렇기 때문에 더 돋보이고, 더 아름답고, 더 예쁜 의상을 입기 위한 그녀들의 노력은 차라리 '전쟁'에 가깝다.
사람 보는 눈은 다 비슷비슷해서 내가 예쁜 옷은 다른 사람 눈에도 예뻐 보이게 마련이다. 또 각 브랜드에서 내세우는 대표 상품 역시 몇개에 한정되기 때문에 결국 뻔하다. 이쯤 되면 누가 먼저 예쁜 옷을 '찜하느냐'가 관건이다.
과거 Y양과 S양이 영화제를 앞두고 같은 옷을 입겠다고 해서 브랜드사와 스타일리스트들이 땀을 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미지로 보나 스타일로 보나 Y양이 그 옷에 적격이었지만 S양 역시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아 나중에는 솔로몬 일화처럼 의상을 두동강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돌았다. 결국 Y양이 그 옷을 입었지만 S양은 그 뒤로 그 브랜드 의상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약과다. 시상식 드레스의 경우 디자인이 특이하고 희소하기 때문에 대부분 한벌 밖에 구비되어 있지 않다. 그 옷을 마음에 뒀던 연예인들은 시상식 며칠 전 피팅을 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두 연예인이 한 옷을 입어보게 되면 이 때의 신경전은 불꽃이 튄다. 누가 먼저 입어보느냐는 것은 물론 그 연예인이 나보다 레벨이 떨어지는 지 어떤지가 문제가 된다. H양은 자신이 눈여겨봤던 옷을 톱 레벨의 연예인이 아닌 다른 연예인이 입어봤다는 사실을 알면 아무리 예뻐도 피팅조차 안하기로 유명하다.
이렇게 옷을 골라도 끝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몇벌, 많게는 십수벌의 옷을 골라놓은 연예인들은 레드카펫을 밟은 그 순간까지 갈등한다. 옷을 협찬한 본사나 대행사는 애가 타기 마련. 변덕쟁이 K양은 시상식날 아침 A브랜드의 옷을 입겠다고 약속했지만 전혀 생뚱맞은 B브랜드의 옷을 입고 레드카펫을 밟아 이탈리아 본사에까지 연락을 취해놨던 A브랜드 대표를 뒷목 잡고 쓰러지게 만들었다.
옷을 빌려입었던 몇몇 연예인들은 "너무나 마음에 든다"며 옷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L양은 "어차피 내 몸에 맞게 다 고쳐놨으니 나밖에 못입지 않느냐"며 "싸게라도 달라"고 우겨 결국 '선물'의 형태로 기증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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