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행사를 앞두고 여배우들은 상당히 긴장하게 마련이다. 플래시 세례 앞에서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지만, 사실 여유보다는 초조한 마음이 앞선다. 패션 경연장이기도 한 레드카펫 행사에서 배우들간 자존심 대결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밀리는' 옷을 입은 배우는 바로 다음날 워스트 드레서로 낙인찍힌다.
관련 브랜드들도 마찬가지. 좀 더 유명한 배우들에게 자신의 옷을 입히기 위해 시상식을 앞두고 정보력을 총동원해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인다.
명실상부 국내 최정상의 영화상으로 국내외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청룡영화상. 노출도와 홍보 효과를 고려해볼 때 최고의 피드백을 자랑하므로, 관련 명품사들은 참석 배우들에게 행사 한달여 전부터 공을 들인다.
특히 '청룡의 여인' 김혜수를 향한 명품 브랜드들의 러브콜은 상상을 초월한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자칭타칭 트렌드세터로서 김혜수는 매번 유행의 최첨단에 서 있는 의상을 완벽하게 소화해내 협찬사를 만족시킨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청룡영화상 인기스타상을 받은 강성연도 레드카펫에서 종종 '대박'을 터뜨리는 스타. 과감한 노출로 시선을 모은 그는 행사를 앞두고 스타일리스트를 비롯해 관계자들과 한 달여전부터 집중적으로 회의를 한다. "매번 컨셉트를 정한 뒤 머리에서 발끝까지 심혈을 기울여 고른다"는 것이 강성연의 설명이다. 이 덕분인지, 강성연은 지난해 연말 각종 패션 시상식에서 베스트 드레서로 상을 받았다.
한편, 해외영화제의 경우 참석을 확정지은 뒤 역시 2~3주에 걸쳐 의상을 결정한다.
여배우들 대부분이 새로운 제품을 선호하기에, 명품 브랜드들은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던 드레스나 액세서리를 급거 공수해 오기도 한다.
그러나 배우에게 낙점을 받는데 성공해도 해당 브랜드는 끝까지 마음을 졸여야 한다. 비행기에 실린 옷이 트렁크 신세만 지다가 돌아오는 경우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이번 칸 국제영화제를 앞두고 전도연도 고심 끝에 기자회견과 공식 시사회 등에 입을 옷을 골랐다. 전도연이 출국 당시 가져간 드레스는 크리스찬 디올, 루이비통, 베라왕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드레스 14벌. 이렇게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칸을 장식한 드레스는 크리스찬 디올과 랄프로렌 제품이다.
전도연은 원래 기자회견 레드카펫 때 실버 컬러의 랄프로렌 드레스를 입을 작정이었으나 현지에서 다른 선택을 했다. 행사가 햇살이 따가운 오후에 열리는 것을 고려해 광택이 나는 랄프로렌 드레스보다는 비교적 얌전한 크리스찬 디올의 에메랄드 빛 드레스를 택한 것이다. < 전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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