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공예가들의 대모님!

    입력 : 2007.06.01 00:53 | 수정 : 2007.06.01 04:51

    보석점 운영 남기숙씨, 25년째 작가 후원…
    “실용성이 최대 매력”

    ▲남기숙 관장이‘명보랑’매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보배 객원기자 iperry@chosun.com

    그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보석 가게를 운영하는 여자다. 하지만 그냥 평범한 보석 가게 주인이 아니다. ‘금속공예’란 말조차 낯설었던 80년대 초부터 금속공예가들을 초청해 기획전을 열며 25년째 작가들을 후원하고 있다. 금속공예 및 장신구 전문점인 ‘명보랑’의 남기숙(72) 관장이다.

    그는 1975년 명동에 처음으로 이 가게를 열고 81년부터 94년까지 연 1회 꼴로 금속공예 기획전을 해왔다. 주로 하얏트호텔 안에 있는 공간을 빌려서 전시했고, 89~94년에는 아예 ‘갤러리 빙’이라는 금속공예 전문 화랑을 운영하기도 했다.

    당시 남 관장의 도움으로 전시회를 가졌던 작가 11명이 최근 다시 모여 전시회를 열고 있다. ‘명보랑’ 33주년을 기념하여 ‘명보랑’이 있는 신라호텔 아케이드에서 열리고 있는 ‘십장생과의 여행’전. 강찬균 김재영 김승희 김홍자 서도식 이규현 이승원 유리지 전용일 홍경희 홍정실이 참여한 이 전시회의 후원자도 남 관장이다.

    남기숙 관장은 이화여대 음대를 졸업하고 결혼해 평범하게 살던 주부였다. “40살 됐을 때 뭔가 일을 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비녀와 가락지 같은 옛 장신구를 좋아했기 때문에 취향을 살려서 장신구 가게를 냈지요. 하지만 평범한 금은방 이미지는 싫었어요. 당시 잘 알고 지내던 건축가 김수근 선생님한테 의논을 했더니 매년 한 번씩 금속공예가들을 초청해 전시를 열어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셨어요.”

    그때부터 금속공예가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1981년에 작가 30여명의 독특한 티스푼을 모아 연 첫 전시 ‘티스푼전’의 반응이 좋자 이후 1년에 한번 꼴로 금속공예 기획전을 했다. ‘5월의 만찬’ ‘시집가는 날’처럼 주제를 정하고 작가들에게 그 주제에 맞는 작품을 준비하도록 했다. ‘시집가는 날’ 전시 때는 족두리, 폐백용품, 댕기, 보석 등을 전시하는 식이었다. 금속공예 전문 큐레이터를 고용했지만 옛 문양 자료집을 사다가 디자인을 연구하는 등 스스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금속공예의 매력은 ‘실용성’이에요. 그림도 좋지만 아무래도 제가 주부로 살다 보니 예술작품도 이왕이면 생활에서 쓸 수 있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금속공예에 대한 그의 사랑은 딸 장제희(42)씨에게 물려졌다. 장씨는 중학교 때 바이올린으로 미국 유학을 갔다가 진로를 바꿔 캘리포니아의 금속공예전문대학인 ‘CCA(California College of the Arts)’를 졸업했다. 현재 ‘명보랑’의 실장으로 남 관장의 뒤를 잇고 있다.

    전시는 6월 17일까지. ‘십장생’을 주제로 한 작품 20여점이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노충현씨가 그린 75년 명동 개점 당시 명보랑의 풍경 등 자료들도 전시됐다. (02)2230-1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