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음악계 두 노장…

    입력 : 2007.06.04 00:26 | 수정 : 2007.06.04 07:45

    91세 첼리스트 그린하우스 74세 피아니스트 바샤리

    그린하우스, ‘첼로의 전설’… 아흔 넘기면서도 후학 양성
    바샤리,‘쇼팽 스페셜리스트’… 입국하자마자 연습실로

    ▲6일 금호아트홀에서 연주회를 갖는 첼리스트 버나드 그린하우스.(위) 6일 호암아트홀에서 피아노 듀오 연주회를 여는 타마슈 바샤리(오른쪽)와 김대진.

    91세 첼리스트 버나드 그린하우스(Greenhouse)와 74세 피아니스트 타마슈 바샤리(Vasary)의 서울 연주가 이번 주 최고 하이라이트다. 음악은 ‘노화방지제’일까. 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던 두 노장(老匠)들의 선율은 아직도 젊은 영혼들은 넉넉하게 휘어잡는 것만 같다.


     

    ◆첼리스트 그린하우스

    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 91세의 노장 그린하우스는 첼리스트 정명화·이종영·고봉신과 함께 나란히 앉아 파블로 카잘스의 ‘새의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막내’ 고봉신씨와는 정확히 51세가 차이 났다. 카잘스는 그가 서른 살에 만나 2년여 간 첼로를 사사한 스승이다.

    “카잘스를 처음 만났을 때 너무 긴장해서 제대로 연주할 수가 없었어요. 스승께선 잠시 방문 밖으로 나가있더니 연주가 끝날 즈음에 돌아오셨어요. ‘네가 긴장하지 않고 소리 낼 수 있도록 밖에서 들었다.’ 선생의 사려 깊은 말이 가슴에 깊이 남아있어요.”

    6일 오후8시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금요 콘서트 10주년 페스티벌에서 스승 카잘스를 기리며 이 곡을 함께 연주한다.

    1955년부터 그는 32년간 보자르 트리오에서 첼리스트로 활동했다. 그는 “당시에는 ‘피아노 트리오’도 ‘현악 4중주단’처럼 안정적으로 실내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인식이 없었다. 그런 확신을 청중들에게 심어준 것을 보람으로 여긴다”고 그는 말했다.

    ◆피아니스트 바샤리

    지난 2일 밤 11시 서울 서초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4층. 불 꺼진 복도 너머의 연습실에서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왔다. 5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에서 첫 내한 리사이틀과 6일 오후5시 피아니스트 김대진(45)과의 듀오 연주회를 앞두고 있는 헝가리 출신의 피아니스트 타마슈 바샤리가 빚어내는 소리였다. 이날 낮 4시쯤 입국한 바샤리는 저녁 7시쯤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곧바로 연습실로 향했다. 6일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작품’들을 연주하는 그는 김대진 교수와 피아노 1대에 나란히 앉아 자정까지 호흡을 맞췄다.

    1960년대부터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발매된 그의 쇼팽 녹음은 당시 국내 음악 애호가들에게 필청(必聽) 음반으로 꼽혔다. 당시 김대진씨도 그 가운데 한 명이었다. “열세 살 때부터 바샤리의 개성적이고 아름다운 쇼팽에 빠져들었다”고 고백했다.

    1956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라자르 베르만과 같은 쟁쟁한 아티스트와 경쟁하며 6위 입상했다. 하지만 같은 해 소련이 지원하는 독재 정권에 항의하는 헝가리 혁명이 일어났고, 아버지가 체포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는 “아버지는 언제나 반(反)파시스트이자 반(反)공산주의자였다”고 기억했다. 이후 가족과 함께 서방으로 건너갔다.

    젊은 시절, 쇼팽과 리스트 등 낭만주의 작품에 천착했기 때문에 흔히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린다. 하지만 그는 “어떤 작곡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연주하는 시기는 있겠지만, 예술가로서 베토벤을 제대로 해석할 수 없다면 리스트 또한 제대로 연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도 한 해 70~80여 차례 지휘자 혹은 연주자로 무대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