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6.07 00:06 | 수정 : 2007.06.07 03:43

내한공연 앞둔 트럼본 주자 린드베리

관악기인 ‘트럼본’하면 보통 오케스트라 음악이나 재즈 음악을 떠올린다. 적어도 스웨덴 출신의 트럼본 주자 크리스티안 린드베리(Lindberg)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트럼본이 나오는 음악 가운데 가장 잘 유명한 곡은 아마도 재즈 넘버인 ‘난 당신에게 센티멘탈해지고 있어(I’m Getting Sentimental over You)’가 아닐까요?”

오는 19일 LG아트센터에서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는 린드베리도 수화기 너머로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가 등장한 뒤, 관객들은 이 무겁고 둔중하고 낮은 악기도 얼마든지 솔로 악기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비발디의 ‘사계’ 가운데 ‘겨울’과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등 까다로운 기교를 필요로 하는 곡도 가뿐히 소화하며 그는 ‘트럼본의 파가니니’라는 별명을 얻었다.


입술로 트릴을 구사하고, 혀를 떨어 소리를 내는 기교로 ‘비(非)인기 악기’라는 악명을 떨쳐냈다.

이미 19세에 스웨덴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됐지만, 1년만에 그만뒀다. “내가 연주하고 있는 악기의 다양한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린드베리는 트럼본 연주뿐 아니라, 작곡과 지휘를 겸하며 ‘3박자’를 고루 갖춘 것으로도 유명하다. 트럼본을 위한 곡만 30여 곡 이상 작곡했으며, 플루트·바이올린·팀파니 등 갖가지 악기를 위한 작품을 쓰고 있다.

노르딕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하는 이번 무대에서도 자신이 작곡한 트럼본 협주곡 ‘아라벤느(Arabenne)’를 직접 지휘하고 연주한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41번 ‘주피터’에서는 지휘를, 작곡가의 아버지인 레오폴드 모차르트의 트럼본 협주곡에서는 지휘와 트럼본 연주를 동시에 선보인다. 그는 “작곡하고 지휘하고 연주하느라 바빠서 수면은 하루 6시간 이상을 넘지 않는다. 알코올에 빠진 사람을 ‘알코올 중독(alcoholic)’이라고 부른다면, 나는 ‘음악 중독(music-holic)’이라고 불러달라”고 말했다.

그는 유머 섞인 무대 매너로도 유명하다. 린드베리는 “트럼본은 피아노나 바이올린처럼 친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관객의 고정 관념을 바꾸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을 웃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어려서부터 비틀즈의 열성 팬이었던 그는 “비틀즈와 모차르트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겠지만, 결국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준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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