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 오페라를 살리다

    입력 : 2007.06.07 00:08 | 수정 : 2007.06.07 03:44

    격동하는 음반시장 [下]

    21세기 오페라 극장은 공연장을 뛰어넘어, 멀티 미디어로 뛰쳐간다. 영국 최고의 전통을 자랑하는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지난달 공연 영상을 DVD로 제작하는, 네덜란드의 ‘오푸스 아르테(Opus Arte)’를 인수했다. 오페라 극장이 DVD 영상물 제작 회사를 직접 인수한 것은 400년 오페라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전통적으로 별개의 영역으로 여겼던 ‘공연’과 ‘영상’이 서로 몸을 ‘섞기’ 시작한 것이다.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극장 안에 머물렀던 공연을 DVD와 영화관, TV 채널과 주문형 비디오, 유료 케이블 방송과 디지털 미디어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오페라 극장의 최고 경영자인 토니 홀(Tony Hall)은 “우리 브랜드를 (멀티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이번 인수 건에 104억 여원(570만 파운드)을 쏟아부었다. 이미 미국에서는 ‘오페라의 멀티 미디어화(化)’가 공연장의 수익률을 올려주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이 올 시즌 시작한 ‘오페라 영화관 상영’에는 불과 반 년만에 32만4000여 명의 관객이 몰려들었다.

    한국에서도 지난 2월에 이어 오는 15~18일 메트의 ‘스크린 위의 오페라’ 시리즈가 호암아트홀에 ‘2차 상륙’한다. 지난 2월 상영된 ‘청교도’(벨리니) ‘마술 피리’(모차z르트) ‘진시황제’(탄둔)에 이어 예프게니 오네긴’(차이코프스키), ‘세비야의 이발사’(로시니)까지 상영 작품의 숫자도 5개 작품으로 늘어났다.〈표 참조〉

    ‘오페라와 멀티 미디어의 접목’은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극장장을 맡고 있는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는 내년 시즌부터 대학 캠퍼스에서 오페라 상영을 할 예정이며,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극장과 파리 국립 오페라 극장도 오페라 영상물 제작을 위해 노조측과 협상에 들어갔다. 음악 칼럼니스트 유정우씨는 “충성도 높은 오페라 관객을 유지하는데 그쳤던 기존의 마케팅 방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멀티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관객층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국내 오페라 프로덕션에서는 아직 DVD나 멀티 미디어를 통한 오페라 상영이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공연과 영상이 만나고, 국경을 넘어 오페라가 전파되는 ‘문화적 충돌’을 통해 점차 문제 의식이 확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