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비엔날레는 모두 76개국이 참가했다. 그중 국가 관(館)을 별도로 가진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 34개국이다. 규모로는 사상 최대다. 본전시에는 ‘감각적으로 생각하기-마음으로 느끼기-현재시제의 미술(Think with the senses―Feel with the Mind―Art in the Present Tense)’이라는 긴 제목이 붙었다. 전시 총감독인 미국의 미술사학자 로버트 스토(Robert Storr)는 “각각의 작품이 자기만의 소리를 내면서 전체적으로 다른 작품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어떻게 불협화음을 내는지 보자는 뜻으로 기획했다”고 했다.
길쭉한 공장을 개조해 만든 아르세날레 본전시관에는 사진이 강세다. 비엔날레 최고의 상인 황금사자상까지 말리의 사진작가 말릭 시디베(Malick Sidib?·71)에게 주어졌다. 시디베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모던한 무늬를 배경으로 서 있는 장면을 앵글에 담았다. 작품 옆에 걸린 헤드폰을 끼면 아프리카 음악이 흘러 나온다.
조각가 이형구(38)의 개인전으로 꾸민 한국관에도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작가의 대표적 연작 ‘아니마투스(Animatus)’는 톰과 제리가 달리는 모습을 뼈다귀만 남기는 등 상상으로 만든 실험실 도구들이다. 미국에서 유학한 이 작가는 동양의 관상학, 골상학을 공부하면서 이런 시리즈를 만들었다. 1995년 한국관이 생긴 이후 작가를 단 한 명만 전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한국관 커미셔너인 안소연 삼성미술관 리움 학예실장은 “이형구는 현대미술의 중요한 개념을 보여주면서도 자기만의 경험과 개성이 살아 있는 작가로 강한 이미지를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비엔날레, 트리엔날레, 도큐멘타 등 국제미술행사가 현재 전 세계적으로 120여개에 달하지만 원조는 베니스비엔날레다. 1895년 시작한 뒤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몇 번 중단돼 이제 52회째에 이르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팝 아트 등 당시의 첨단미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현대미술 흐름을 보여주는 권위 있는 미술제로 자리매김을 했다. 지금은 너무 유명작가들을 많이 보여줘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비난도 받기는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현대미술이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지는지 보기에 가장 좋은 미술제는 아직 베니스비엔날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