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폭투… 홈인

〈제7보〉(89~102)=우직한 대마 싸움 못지않게 이런 아기자기한 바둑도 흥미 만점이다. 형세는 에이스끼리의 투수전처럼 큰 기우뚱거림 없이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론 백이 좋아 보인다는 게 검토진의 의견. 안달훈의 생각도 같았는지 89로 버티고 나선다.

 

90은 일종의 ‘경원 4구’같은 수. 괜히 상대팀 슬러거와 정면 승부를 펼치다 한 방 맞으면 역전이다. 참고 1도가 두려웠다는 뜻. 흑군 주자는 그 틈을 타 89, 91로 진루(進壘)한다. 뒤이은 92에 또 한 번 ‘소심한 투구’란 굴레가 씌워졌다. ‘가’로 큰 곳을 챙기고, 흑 ‘나’면 ‘다’로 뛴다는 것. 93이 놓여선 하변 흑진이 무시 못하게 커졌다.

여기서 96이란 폭투(暴投)가 등장한다. 지금은 하변 파괴가 급선무였다. 참고 2도 1로 맞끊어 수단을 구할 장면. 이 진행이면 A까지 노리게 된다. 흑의 주자들을 잔루(殘壘)로 처리할 찬스를 놓친 셈. 반대로 흑은 97 이하 101로 실속을 차리며 적의 침투도 예방했다. 동점 주자까지 들어와 승부는 원점이 됐다. 이닝이 바뀌자 백은 102의 강공 모드로 나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