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유물] 한나라 귀족 ‘사회적 지위’ 상징

‘중국국보전’의 전시품 가운데 관계 전문가들이 “절대 놓치지 마시라”고 추천하는 보물들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순서는 한나라 마왕퇴 무덤에서 발굴한 칠기입니다.

1972년 1월 후난(湖南)성 발굴팀은 창사(長沙)시 마왕퇴 언덕을 발굴 중이었다. 발굴 70일째. 조사단의 손길이 마침내 무덤 주인공의 목관에 다다랐다. 잔뜩 긴장한 채 관 뚜껑을 열었다. 일제히 환호와 탄성이 터졌다. 마치 어제 묻은 것처럼 생생한 보물이 가득 들어 있었다. 무덤 주인공인 50대 여성은 심지어 피부에 탄력까지 있었다. 의대에서 해부한 결과 심장병으로 돌연사했음도 밝혀졌다.

오랜 세월 중국인들은 청동으로 만든 예기(禮器)를 선호했다. 청동 예기는 곧 소유자의 사회적 지위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나라에 이르면 이에 대신해 새로운 유행이 생겨났다. 칠기가 그것이다. 까만 바탕칠에 그려진 붉은색 그림은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나무 그릇에 장중한 무게감을 더해준다. 이러한 명품 칠기를 구하려 한(漢)나라 귀족들은 큰 노력을 기울였다. 마왕퇴 한묘(漢墓)에 묻힌 귀부인 역시 그러한 유행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녀의 애장품은 2000년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한나라 칠기 예술의 정화를 보여준다. 그릇 곳곳을 빼곡히 메운 구름과 넝쿨은 유려한 곡선을 뽐내며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 유물은 중국 고고학 개설서에도 한대 칠기를 대표하는 유물로 사진이 실렸을 정도다.

칠기를 만들려면 매우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당시 칠기는 청동기에 비하여 10배 이상 비쌌다고 한다. 이처럼 칠기제작이 까다로웠기에 강남지역에서는 새로운 고급그릇의 개발에 몰두했다. 청자의 탄생은 그래서 가능했다. 오전 10시~오후 8시(입장 마감 오후 7시). 매주 월 휴관. 성인 1만원, 청소년(중·고생) 8000원, 어린이(만 4세 이상) 6000원. (02)736-9697~ 96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