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겪는 13세의 눈으로 본 현실

“당신의 열세 살은 어땠나요.”

수아는 묻는다. 당돌한 10대 소녀의 되바라진 눈길이 아닌, 평범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거쳐 갔을, 엉뚱하지만 귀엽고 순수한 접근으로. 아직도 젖비린내 나고 아무 생각 없이 살 것만 같은 ‘열세 살’이지만, 열세 살을 모두 거쳐 갔던 사람들에게 그 당시는 특별한 의미였던 것 같다. 초등학교에서 중학생으로, 일종의 ‘신분 상승’과 ‘지위 변화’가 동반한 시기였고, 가족보다는 친구와의 우정이 최우선이었다. 스스로 ‘굉장히 많이 컸다’고 자부하면서, 아무도 인정하려 들지 않지만 인생의 고민은 모두 짊어진 것처럼 살았던, 그런 시절이 아니었을까.

14일 개봉하는 영화 ‘열세 살, 수아(12세 이상 관람가)’는 그 모습을 관찰자 시점에서 그대로 투영한다. 있는지 없는지조차 가물가물하게 만드는 존재감 없는 소녀, 수아(이세영)는 지극히 평범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관객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인물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수아는 ‘환상’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진짜 내 엄마는 볼품없고 잔소리만 많은 ‘식당 아줌마’(추상미)가 아닌, 세련되고 화려한 유명 가수 윤설영(그룹 ‘자우림’의 김윤아)이라고 여기는 것. 윤설영의 사진을 오려 스크랩북을 만들고, 그녀의 인터뷰 화면과 대화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열세 살, 수아’는 주인공 수아만의 성장통을 그리지 않는다. 그녀의 진짜 엄마(추상미)에게도 초점을 맞춘다. 윤설영을 찾아 기차를 타고 서울로 떠난 수아를 두고, 수아의 친구가 “수아의 진짜 마음을 아느냐”며 토로할 때, 그녀는 자신과 수아를 되돌아본다.

‘아버지의 초상’ ‘만남’ 단편 작품들로 시카고국제영화제, 뮌헨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했던 김희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깜찍한 새침데기 이미지의 주인공 이세영이 별다른 분장 없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평범하다 못해 투박한 소녀로 변신한 점이 눈길을 끈다.

현실 속에서도 극적인 사건들이 워낙 많은 탓에, 모든 사람들의 성장통을 내포하기엔 다소 밋밋한 감이 없지 않지만, 열세 살을 다시 떠올려볼 ‘용기’를 줬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