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김정은 등 '몸값 할인'...'한국영화 살리기' 공감대

충무로의 개런티 인플레 현상이 주춤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던 영화배우들의 개런티가 '합리적'인 선에서 조정되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오는 토요일(16일)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는 영화 '모던보이'(감독 정지우, 제작 KnJ엔터테인먼트)는 박해일 김혜수 등 출연진을 비롯해 감독, 프로듀서 등 스태프들까지 개런티의 일부만 지급받는 형식으로 제작비 절감을 꾀했다. 각자 평소 개런티의 70~90%만 지급받고 나머지는 영화의 흥행이 잘 될 경우 받도록 지급 유예하는 데 동의했다.

이렇게 해서 총 8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던 제작비를 60억원대로 줄일 수 있었다. 앞서 크랭크인한 '신기전' 역시 이같은 방법으로 예산을 100억원대에서 70억원대로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처럼 파격적인 개런티 지급은 배우들의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달 중 크랭크인할 예정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감독 임순례, 제작 MK픽쳐스)도 김정은 문소리 등 주축 배우들이 영화의 규모에 맞게 개런티를 조정하는 데 흔쾌히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 아니다. 영화 '걸스카우트'(감독 김상만, 제작 보경사)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김선아도 계약금 중 일부 금액을 영화의 손익 분기점이 넘을 경우 보너스 형식으로 받겠다고 선언했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감독 김지운, 제작 바른손-영화사 그림)의 세 톱스타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등도 계약금 일부를 투자하는 형식으로 해서 제작사의 부담을 덜어줬다는 후문이다.

이 외에도 충무로 관계자들은 '신생 제작사나 신인감독의 영화가 아닌 이상 예전처럼 무리한 액수를 부르는 배우들은 거의 없어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예전에는 전작을 기준으로 인상된 금액에 러닝 개런티와 지분 등 갖가지 옵션을 요구하는 게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동결이 기본이고 영화 규모에 맞춰 개런티를 수천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낮추기도 한다는 것이다. 지분 요구 역시 '서로 기분좋은' 선에서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제작자 측과 배우 측은 각자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곤 있지만, 일단 '대세'라는 데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매니저 A씨는 "배우 개런티가 제작비 절감의 첫번째 희생양이 되는 데는 동의하지 않지만, 현 상황이 너무나 좋지 않다"며 "일단 개런티 부문에서는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엎어지지 않고 될 만한' 영화에 출연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영세 제작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제작자들은 이같은 추세를 반기는 분위기다. '모던보이'의 곽신애 프로듀서는 "함께 고통을 감내하겠다는 배우들의 결정이 너무나 고맙다"며 "제작사도 이익이 생기면 어떤 식으로든 배우들의 몫을 챙겨주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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