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불협화음의 연속… “견뎌보실래요”

오는 14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한국 초연을 앞두고 있는 알반 베르크의 오페라 ‘보체크(Wozzeck)’를 듣는다는 건, 무엇보다 우선 괴로운 작업입니다.

‘보체크’가 안겨주는 괴로움은 우리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불협화음을 넘어 조성(調性)이 사라진 무조(無調)의 세계를 암암리에 꿈꾸는, ‘불온한 오페라’이기 때문입니다.

음표와 음표 사이를 이어주는 질서를 흔히 ‘조성’이라고 부릅니다. 초등생 시절 교실이나 성가대에서 ‘3도 화음’을 부르고 익히는 일에서부터, 우리는 조성에 대한 개념을 익혀나갑니다. 몸으로 익혔던 그 질서가 이 작품에서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조성’에 기반한 음악은 행성들이 태양을 따라 질서 있고 평화롭게 돌고 있는 태양계와 흡사합니다. 불협화음은 별똥별이 날아오고 행성과 부딪치면서 격렬한 파열음을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조는 내친 김에 한 걸음 더 나갑니다. 태양과 행성 사이에 균형을 잡아주던 중력이 사라지고 행성이 개별적인 질서에 따라 움직이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자신의 정부(情婦)를 살해한 군인에 대한 실화를 토대로 독일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가 쓴 희곡 ‘보이체크’가 원작입니다. 알반 베르크가 직접 대본과 작곡을 맡아 1925년 초연됐습니다. 연극으로는 수차례 한국 무대에 올라갔지만, 오페라로 공연되는 건 이번 국립오페라단 프로덕션이 처음입니다.

무려 82년 만의 ‘지각 상륙’이지만, 베르디와 푸치니에서 좀처럼 벗어날 줄 모르는 한국의 오페라에서는 오랜만의 본격적인 도전이기도 합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서 수학하면서 이 작품을 본 뒤에 “언젠가 이 오페라를 공연하고 싶다”는 포부를 간직해온 지휘자 정치용, 연극 ‘보이체크’에 단역 병사 역과 대위 역으로 두 차례 출연한 뒤 ‘드디어’ 오페라 연출을 맡은 양정웅의 땀과 꿈이 녹아있습니다. ‘불온한 오페라’에 대한 무모한 도전은 바로 오늘(14일) 시작됩니다.

▶14~17일 LG아트센터, 1만~9만원, (02)586-5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