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힘 빼고 자유를 연주했다

교향악단 단원들이 모여서 자체적으로 실내악 연주를 할 때 좋은 점은 무엇일까.

①지휘자 눈치 안 보고 맘껏 연주할 수 있다.

②원하는 곡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③전체 앙상블의 밀도가 결과적으로 높아진다.

셋 다 모두 ‘정답’이다. 베를린 필하모닉에는 30개에 이르는 자체 실내악 팀이 등록돼있고, 7월 15일 예술의전당에서 12명으로 구성된 베를린 필 금관 앙상블이 내한 공연을 갖는 것도 모두 이런 이유다.

부천시향·대전시향 등에서 꾸준하게 일궈오던 ‘오케스트라 내 실내악’이 서울시향까지 번졌다. 지난해 베토벤 교향곡 전곡(9곡) 시리즈에 이어, 올해는 브람스 교향곡 전곡(4곡) 시리즈와 함께 브람스의 실내악을 악단 단원들이 4회에 걸쳐 자체 연주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12일 세종체임버홀에서 서울시향의 두 번째 브람스 실내악 연주회가 열렸다. 평소 검은색 정장이나 연미복을 입고 오케스트라 단원석에 점잖게 앉아있던 단원들도 이 날만큼은 자유롭게 개성을 드러냈다.

악장 데니스 김(악장)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2번 첫 악장에서, 힘차게 구두로 무대 바닥을 밟아가며 박자감을 살려갔다. 검정 의상에 ‘갇혀있던’ 여성 단원들도 브람스 현악 4중주 2번과 현악 6중주 2번에서 흰색, 푸른색, 보라색의 화려한 원피스로 멋을 한껏 살렸다.

지휘봉에 가리어 숨어있던 단원들의 개성도 실내악을 통해 조금씩 묻어 나왔다. 현악 4중주 2번에서 제1바이올린을 맡은 부악장 박제희는 3·4악장에서 섬세하면서도 예리한 보잉(bowing)으로 동료 단원들을 이끌었다. 예전 ‘후고 볼프 4중주단’에서 제1바이올린을 맡았던 명성 그대로였다. 현악 6중주 2번에서는 초반부 바이올린 파트가 다소 불안했지만, 바이올린 임가진(제2바이올린 수석)의 열정과 첼로 김호정(부수석)의 차분함이 서로 잘 어울렸다. 첫 곡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2번에서는 이 날 유일한 ‘초대 손님’인 피아니스트 강충모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의 단아하면서도 안정적인 연주가 돋보였다.

서울시향의 브람스 시리즈는 27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관현악 연주회(교향곡 2번·이중 협주곡)로 이어진다. 지휘는 예술 감독 정명훈이 맡는다. 공연 문의 (02)3700-6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