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전 대륙 호령하던 기마부대, 생생한 묘사

나는 요즘 진시황릉에서 느꼈던 감동을 서울 한복판에서 되풀이하고 있다. 4대의 마차, 거기에 앉아 있는 3명의 마부와 옆에 서 있는 2명의 마부, 그리고 이들을 호위하는 10인의 기마무사. 2000년 세월을 땅 속에서 견디느라 훈장처럼 생긴 푸른 녹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눈매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전방을 노려보고 있다. 실크로드로 들어가는 길목이자 전략적 요충지였던 무위(武威)지역의 수비를 맡던 한나라 장군의 무덤에서 나온 청동의장대의 웅장한 모습이다. 마부는 충직하고, 기마무사는 단호하고 말은 튼실하다. 원래 100점이 넘는 인형으로 구성된 의장대였다니, 그 위풍당당한 모습에 입이 벌어진다.

죽은 자를 위한 세상이 따로 있다고 믿던 고대인들은 온갖 정성을 기울여 거대한 무덤을 만들고 막대한 양의 물건을 넣었다. 그들은 무덤 속을 집처럼 꾸미고 죽은 자의 삶을 재현하였다. 전국(戰國)시대(서기전 3세기)까지는 실제로 사람과 말을 무덤에 넣었지만, 진나라부터는 흙이나 청동으로 인형과 마차를 만들어 주인공의 위세를 과시하였다.

이들 한나라의 군대는 북으로 흉노를 정벌하고, 남으로 남월을 멸망시키고 동으로는 위만조선을 무너뜨렸다. 신흥 강국 고구려와 부여의 성장을 억압한 것도 이들이었다. 우리 한국인에게는 악연인 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 문명의 위대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 중국이란 국가, 한족이란 민족만의 것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위대한 문화유산이 우리 앞에 와 있다. 오전 10시~오후 8시(입장 마감 오후 7시). 매주 월 휴관. 성인 1만원, 청소년(중·고생) 8000원, 어린이(만 4세 이상) 6000원.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7번 출구 서대문 방향으로 나오거나,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로 나오면 10분 안에 닿는다. (02)736-9697~96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