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천국과 지옥

〈제12보〉(196~214)=승자 몇 명만 남아 남의 바둑을 관전하고 있다. 패자들은 모두 떠났다. 오늘 승리해 본선 티켓을 품에 넣은 기사는 모두 16명. 똑같은 수의 패자가 승자의 기쁨보다 몇 배는 더 큰 부피의 아픔을 안고 사라졌다. 천국 아니면 지옥인 곳. 중간 지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 못 끝낸 몇 판이 마지막 사생결단 중이다. 기계가 토해내는 초읽기 소리로 실내는 갈수록 음산해져 간다.

196으론 참고도 1로 두는 수도 있었다. 그러나 8까지를 상정하면 전체 득실은 대동소이하다. 어떻게 두어도 흑이 반 집쯤 우세하다는 뜻. 초·중반과 달라서 종반전엔 선수 끝내기를 놓치지 않는 게 요령이다. 200, 203, 207, 212 등은 모두 당연한 선수. 도중 202로 건넘을 방해한 것도 이제 와선 크다.

213까지 쌍방 빈틈 없는 마무리가 계속되고 있다. 뒤이어 214로 붙여갔다. 반상(盤上) 최대처로 당연한 붙임. 검토실의 분위기는 아직도 ‘흑 반 집 승’이다. 그러나 이 바둑은 최후의 드라마를 숨겨두고 있었다. 이 장면에서 또 한 번 사고가 터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