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운의 승부학

〈제13보〉(215~246)=일본 에도(江戶)시대의 전설적 고수 이노우에(井上因碩)는 바둑을 가리켜 ‘운(運)의 기예’로 정의했다. 대등한 전력의 두 사람이 서로 최선을 다하고 나면 승부는 하늘에서 결정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막판 엉뚱한 실수가 나와 패할 경우 그 책임은 당사자와 신(神) 어느 쪽에 있을까. 쌍방 실수를 교환하다 반 집으로 승자가 결정됐다면 그것이야말로 신의 선택일까.

 

△에 붙여오자 흑은 215로 한 점을 잡았다. 엄청 경솔한 수. 당연히 217, 백 216을 교환 후 215여야 했다. 왜냐고? 참고도 1의 파호(破戶) 수단이 있기 때문이다. 백이 5까지 처리했더라면 흑에게 6, 8 등을 당해도 승리가 확실했다. 백이 최소 반 집은 남긴다는 결론. 실전과 참고도는 이번에도 2집 차였다.

215가 ‘승리의 복(福)’을 못 챙기고 내찬 수였다면 216은 ‘굴러들어온 복’을 되차버린 통한의 한 수였다. 246수로 종국(終局). 계가 결과는 흑의 반 집 승이다. 이 바둑을 과연 운(運)의 승부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이노우에가 살았다면 뭐라고 답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