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빛나는 홀로 아리랑

제52회 베니스비엔날레(6월10일~11월21일)의 한국관 전시(커미셔너 안소연 삼성미술관 리움 학예실장)가 여러 면에서 화제다. 우선 1995년 한국관이 생긴 이후 처음으로 작가 한 명만으로 꾸민 개인전이라 눈길을 끈다. 또 여기 선정된 작가 이형구(38)가 다른 국가관 작가들에 비해 훨씬 젊으면서도 독특함, 재치, 깊이를 가지고 있다고 국내 미술전문가들은 호평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가상의 동물 뼈를 만든 조각 ‘아니마투스(Animatus)’와 물을 채운 페트병을 이용해 작가의 몸 일부를 기형적으로 크게 보이게 하는 ‘오브젝추얼스(The Objectuals)’ 연작으로 구성됐다.

한국관을 들어가자마자 관객이 마주하는 것은 과학실험실에나 있을 법한 뼈다귀가 컴컴한 허공에 매달려 있는 작품 ‘아니마투스’다. 만화영화 ‘톰과 제리’의 주인공 뼈를 가상으로 창조해낸 작가의 엉뚱한 발상이다. 실제 있지 않은 동물을 가지고 마치 역사 속에 있었던 동물의 화석인 양 만들어 버린다.

미술평론가 정준모씨는 “방을 어둡게 해 박물관 느낌을 주면서 현대적 감각도 살린 공간활용이 돋보였다”며 “기존 조각예술은 덩치로 승부하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형구는 사변적이고 철학적인 영역으로 갔다는 점에서 좋은 작가”라고 말했다.

유진상 계원조형예술대 시간예술과 교수는 “전시가 좀 더 다이내믹하게 디자인됐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유머러스하고 대중적인 주제로 정치적이고 시의적 작업도 담아내는 좋은 작가다”고 말했다.

‘오브젝추얼스’는 작가의 눈과 입술 등을 부분 확대해 보여주는 퍼포먼스와 비디오 작업으로 역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작가는 “미국에서 유학할 때 서양남자들에 비해 왜소한 나의 체구에 콤플렉스를 느껴 이를 소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화익 갤러리의 이 대표는 “작가가 느낀 콤플렉스에 뛰어난 상상력을 넣어 재미도 있고 시각적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며 “예전 한국관에서 여러 작가를 보여 준 것에 비해 이번에는 한 작가에 초점을 맞춰 깊은 인상을 줬다. 작품성도 좋아서 40세 미만의 작가에게 주는 황금사자상 젊은 작가상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관이 비엔날레 국가관들이 모인 자르디니 공원의 후미진 곳에 위치했다는 약점을 극복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김홍희 경기도미술관 관장은 “이형구의 중심 작품(톰과 제리)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적 성격의 작품들을 안쪽에서 같이 보여줘 전시가 더욱 탄탄하게 됐다”며 “하지만 작가에 대한 사전 이해가 없는 일반 관객들이 작가의 철학적 배경을 얼마나 정확히 읽을 수 있을지, 주변 다른 국가관에 비해 초라한 한국관을 어떻게 돋보이게 할지는 계속 고민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