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유물] 당 귀부인의 환생인 듯 고운 자태

장건은 전한 무제(서기전 142~87년) 때 큰 활약을 한 인물이다. 그의 사행(使行)으로 실크로드라 불리는 동서 문화교류의 큰 도로가 비로소 뚫렸다. 실크로드가 가능하였던 것은 수많은 오아시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기반으로 고창국(高昌國) 등 여러 소국이 성장하였으나 국제정세의 변화 속에 명멸을 거듭하였다. 곧 그들의 젖줄 오아시스가 마르고 생활의 터전은 모래바람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1천수백년의 세월이 흐른 1973년 어느 날. 거대한 모래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고창국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모습을 드러냈다. 고창국에서 고관대작을 역임한 한족 출신 장웅(서기 633년 사망)과 왕족이었던 부인 국(麴)씨의 합장(서기 688년) 무덤이 발견된 것이다.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 가운데 높이 29.3cm 크기의 어여쁜 여인상이 있다.

나무와 흙, 종이로 만들었으나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만 같다. 알록달록 염색된 옷가지와 페르시아풍 디자인, 곱게 색조 화장을 가미한 순백의 피부는 화려함을 지나 귀족적 풍모를 물씬 풍긴다. 짧은 반소매 웃옷, 가슴까지 올려 입은 주름무늬 치마, 어깨에 걸친 숄은 당나라 귀부인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한 명품 패션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여인은 그림 속에나 등장할 뿐 실물 조각으로 출토된 적이 없었다. 최악의 기후로 손꼽히는 사막이 이 여인에게 영겁의 생명을 준 것이니 아이로니컬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