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흑 반 집 승

〈총보〉(1~246)=바둑은 끝났으나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막판 232로 233 자리에 두어 버티는 수는 없었을까. 만약 그 수가 성립한다면 1집 이득이고, 그것은 거꾸로 백의 반 집 승을 뜻한다. 하지만 그 경우엔 참고도 흑 2로 붙여가는 수가 있다. 5가 불가피해 전체 득실은 실전과 똑같다. 팻감 관계를 감안한다면 실전 쪽이 정수에 해당한다.

 

초반 굳은 행마로 열세에 놓였던 흑이 혼신의 힘으로 추격해 뒤집은 한 판. 97 이하 101까지 처리가 그 발판이 됐다. 흑에게서도 실착은 나왔으나 중요한 대목에서의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과연 안달훈의 끈기와 지구력은 소문대로다. 극적 승리는 종종 행운의 징조로 받아들여지는 법. 이 한 판이 안 七단에게 도약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길 기회는 백 쪽이 훨씬 많았다. 96, 102, 114, 180, 216 등이 모조리 패착으로 손색 없는 수들. 이처럼 중요한 판을 줄기찬 실책 행진 끝에 단 반 집으로 물러선 나카노는 아마 며칠 밤잠을 못 잤을 것이다. 일본 바둑의 고질이 종반 처리 능력 부족이라더니 역시 맞는 말인 것 같다. (201…20, 246수 끝 흑 반 집 승, 소비시간 백 2시간 55분, 흑 2시간 5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