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원짜리 장난감 기차, 성인 남성 크기 만한 1200만원짜리 대형 곰인형. 알록달록한 벽지 등 집안 곳곳을 장식한 소품이 확 눈길을 끈다.
부산 수영만 스튜디오에 자리잡은 영화 '헨젤과 그레텔'(감독 임필성, 제작 바른손)의 세트는 동화책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세트 제작비만 4억 원. 소품 대여, 제작비에 1억 5000만원이 들어갔으니 제작진이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쉽게 알 수 있을 터.
몽환적인 분위기가 곳곳에 넘쳐나는데, 예쁜 가구와 소품들엔 어딘지 오싹한 기운이 감돈다.
메가폰을 잡은 임필성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이 영화는 '호러 판타지'다. 한 번 발을 들여놓으면 빠져나갈 수 없는 깊고 아름다운 숲, 그림처럼 예쁜 집에 사는 3남매와 그 곳을 우연히 발견한 사람들이 겪는 미스터리와 공포를 그릴 영화다. "순수한 존재가 상처를 받고 동심이 훼손됐을 때 일어날 수 있는 공포를 표현하고 싶다"고 임 감독은 설명했다.
동명의 동화에서 모티브를 따 왔으며, 숲에서 길을 잃은 은수(천정명)가 비밀의 숲에 자리잡은 아이들의 집에서 지내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장난감과 과자로 가득한 집은 아이들에게는 천국. 그러나 은수가 비밀에 조금씩 접근해가면서 이곳은 잔혹한 악몽의 세계로 변한다.
주인공 은수 역을 맡은 천정명은 이번이 첫 공포영화 출연. 원래 호러 장르 옆엔 가지도 않는 성격인데, 탄탄한 시나리오와 임필성 감독의 강력 러브콜에 마음이 움직였다.
출연을 결정한 뒤 임 감독이 권유한 '콘스탄틴' '엑소시스트' 등을 줄줄이 보면서 은수의 캐릭터를 분석했다.
이날 촬영 내용은 부엌 식탁에서 손님인 은수가 이 집 아이들인 만복(은원재) 영희(심은경) 정순(진지희)이 차려준 식사를 하는 장면. 65% 정도 촬영이 진행됐기 때문일까. 세 아역배우와 천정명의 호흡이 척척 맞는다. 현장 상황에 따라 촬영신이 바뀌어도 눈 하나 깜짝 안한다.
"여린 듯 신비로운 매력을 가진 배우"라는 임필성 감독 말대로, "맛있다"는 평범한 대사를 내뱉는 천정명의 얼굴만 봐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데뷔 이후 줄곧 귀신 체험을 해온 천정명은 '헨젤과 그레텔'의 제주도 촬영지에서도 귀신을 봤다. 최근에는 그의 매니저도 귀신을 목격했다. 어느날 천정명을 찾으러 밴에 간 매니저가 문을 두드리자 낯선 얼굴이 운전석에서 아는 체를 하더라는 설명이다. 깜짝 놀라 다시 밴 안을 자세히 보니 비어있었다는 이야기다.
현장에 귀신이 출몰하면 대박이 터진다는 충무로 속설이 이번에도 맞을까. 관객들에게 새로운 공포를 기대하게 하는 '헨젤과 그레텔'은 연말 관객들을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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