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보다 넉살좋은 곽경택의 남성영화

어린 나이에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수사반장인 아버지(김갑수)와 함께 살고 있는 철민(정우성)은 동냥젖과 동냥밥을 먹고 자랐다는 이유로 일명 ‘똥개’라 불린다. 아버지에게서 개 한 마리를 선물로 받은 철민은 녀석에게도 ‘똥개’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형제처럼 지낸다. 고등학교 재학 중 ‘똥개’를 자신 몰래 잡아먹은 선배들과 한바탕 싸움을 벌이다 쫓겨난 이후 철민은 별달리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세월을 보낸다. 일명 ‘MJK(밀양주니어클럽)’ 멤버들로부터 결투신청을 받은 철민은 패거리의 두목을 한 방에 제압한 뒤 결국 그들과 어울려 지내게 된다. 어느 날 철민 아버지는 소매치기 출신의 정애(엄지원)를 집으로 데려와 철민에게 소개한 뒤 앞으로 오누이처럼 잘 지내라고 말한다.

놀라운 상업적 성공을 거둔 ‘친구’와 야심작이긴 하나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챔피언’을 만든 이후 곽경택 감독은 보다 따뜻한 시선의 남성 영화 ‘똥개’를 내놓았다. 자학적인 남성성과 예정된 비극의 서사가 물러난 자리엔 변두리 하층 남성집단에 대한 설득력 있고 유머러스한 묘사가 자리 잡았다. 인물설정이나 이야기의 전체적 얼개에 있어서는 ‘친구’를 의식적으로 참조한 티가 역력하지만, 오히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친구’보다는 가식 없는 무심함과 넉살, 그리고 맷집으로 승부하는 ‘똥개’ 쪽이 한결 낫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외양상의 따뜻함을 넘어 속 깊은 감정적 울림을 끌어내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으며 지나치게 전형적으로 묘사된 악역들에게선 감독의 손길이 덜 느껴진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2003년, 100분, 컬러영화. ★★★ (5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