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정명훈 드라마’를 기다리며

클래식 음악을 들어보려는 손님들 중 많은 분께서 ‘클래식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들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하신다.

그러면 나는 처음부터 지나친 욕심을 내서 길고 어려운 작품을 감상하는 것보다는, 들을 때 쉽고 편안하고 즐거운 곡으로 하나씩 접해 보시라고 권유한다. 아무리 유명하고 좋은 작품이라도 들어서 즐거워야 그 다음에도 들어보지 못한 수많은 미지의 명곡들에 하나하나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일본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는 보통 사람들에게 지루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택했다. 엽기 발랄하지만 절대 음감의 소유자이기도 한 주인공 노다 메구미와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주에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지휘자를 목표로 공부하는 그녀의 남자 친구 치아키를 통해 경쾌하고 재미있게, 때로는 성실하고 치열하게 클래식 예술혼을 그려낸다.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지난 해부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놀고, 마시고, 여자를 밝히지만 천재 지휘자로 그려져 있는 등장 인물 프란츠 폰 슈트레제만의 음반이 있느냐고 진지하게 물어 오는 손님들도 있었다. 물론 손님께서 당황하시지 않도록 만화 안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이라고 알려드린다. 가상의 인물들이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7번과 라흐마니노프, 리스트의 작품들을 꼭 한 번 들어보고 싶게끔 하는 작가의 재기 넘치는 필력이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우리에게도 천재적인 영감과 실력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휘자 정명훈과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장영주), 첼리스트 장한나 같은 연주자들이 적지 않다. 그들의 이야기를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친숙하게 느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만화 같은 바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