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연승 이세돌, 내친 김에 한국신까지?

이세돌(24) 九단의 연승 기록은 과연 어디까지 뻗어갈까. 지난 5월 13일 바둑리그서 목진석을 꺾으면서 시작된 그의 연승 행진은 6월 17일 같은 대회 윤성현과의 대국 승리로 20연승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중엔 TV아시아대회 우승과 LG배 8강 등 국제대회서 순항하며 거둔 5연승이 포함돼 있다. 국내 무대서도 바둑왕전 승자 4강, 한국리그 3연승에다 기성전 십단전 국수전 본선 티켓을 따냈다. 한 마디로 안팎에서 펄펄 날았다는 얘기.

지금까지 거둔 20연승만으로도 이세돌의 올해 바둑대상 연승 부문 수상은 거의 떼어 놓은 당상이다. 2004년(최철한)과 2005년(조훈현) 연간 최다 연승은 각각 16연승에 그쳤다. 연도별 연승왕 등극 횟수는 이창호가 총 6회로 가장 많고 조훈현이 4회, 이세돌은 2회에 걸쳐 수상했다.

하지만 이세돌의 최근 흐름을 보면 고작 연간 최다 연승 정도로 만족할 기세가 아니다. 1차적 관심사는 그가 자신의 종전 최다 연승 기록을 경신할 수 있느냐의 여부. 그는 지난 2000년 초 약 4개월 동안 32연승이란 고속 질주를 계속, 개인 최다 기록을 수립한 바 있다. 기사층이 대폭 넓어지고 정예화한 21세기 진입 이후 세워진 기록이란 점에서 당시의 32연승은 특히 높게 평가 받아 왔다.

현재 마크 중인 20연승만으로도 그는 2006년 초 작성했던 자신의 역대 2위 기록(14연승)을 이미 돌파한 상태.

이세돌이 1차 목표를 달성할 경우 다음 타깃은 한국 바둑계 최다 연승 기록 돌파로 옮겨질 전망이다. 이 부문 기록 보유자는 이창호. 이창호는 17년 전인 지난 90년에 전인미답의 41연승을 내달린 기록이 있다. 이에 앞서 68년엔 당대 최고수 김인이 세운 40연승이 전설처럼 전해져 온다. 이세돌의 32연승은 이들의 뒤를 이은 역대 3위에 해당한다.

이세돌 앞에는 7월 말까지 모두 열 판이 잡혀 있다. 명인전 리그 두 판, 물가정보배 및 바둑리그 각 한 판에 농심배 예선 여섯 판이 대기 중이다. 농심배는 토너먼트여서 여섯 판을 다 못 채울 수도 있는데, 그 경우엔 연승도 자동 마감된다. 명인전 중 한 판은 2002년 32연승 때 제동을 걸었던 입단 동기 조한승과의 대국(7월 2일). 만약 10국을 전승한다면 이세돌은 30연승 고지에 오르며 자신의 최고기록 경신에 2승 차로 다가서게 된다.

이세돌의 기록 경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바둑계에선 조심스러운 기대를 표시하고 있으나 한편에선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란 얘기도 동시에 나온다. 중간에 한 판만 패해도 중단될 수밖에 없는 것이 연승 기록의 속성이기 때문. 게다가 잦은 해외 원정 등 스케줄 폭주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중국리그 대국이 잡힐 때면 이세돌은 한·중 양국을 넘나드는데 보통 사흘 사이 2국을 소화해야 한다. 이 같은 강행군은 중국리그 성적 2승2패로 나타났다. 그 여파가 국내 성적에도 영향을 미칠 경우 연승은 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것. 아무튼 20승을 돌파한 이세돌의 향후 연승 ‘플러스 알파’ 행진은 올 여름 바둑계 최고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를 게 확실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