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자들의 신병훈련소 지향산

 
주민 마찰 비교적 적은 싱글트랙 코스

지향산은 서울 양천구와 부천시 경계를 이룬다. 비교적 완만한 능선이 넓게 퍼져 있어 지역 주민들이 산책을 많이 오는 곳이다. 싱글트랙(등산로)을 달리게 되므로 산책 나온 주민들과 자주 대면하지만 길이 넓은 편이어서 접촉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도 산책 나온 주민들에게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정도의 멘트를 날려주는 센스는 발휘하길 바란다.

지역이름을 따서 신월산으로도 불리는 이 산은 나 같은 입문자를 수없이 배출해낸 MTB 신병훈련소 같은 곳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입문자 양성소로는 단연 전국 최고 수준일 것이다. 그렇다고 이곳이 입문자만을 위한 시시한 코스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곳곳에 중급 이상 실력자들만 통과할 수 있는 곳도 적잖이 존재한다.

그리고 지능선을 따라 수많은 싱글트랙이 존재하므로 이곳 단골라이더들은 자신만의 코스를 개척하여 더 큰 재미를 누린다. 이번에 소개하는 코스는 지향산 정코스라 불리는 기본코스로, 싱글트랙 11km와 도로 1km 정도로 이루어진다. 출발지로 원점회귀하는 코스이므로 여러 모로 부담이 없다. 입구 주변 마을에 주차공간도 있어 차량 이동도 가능하다.

신월산 코스의 특징은 고도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잔잔한 업힐과 다운힐이 쉴 새 없이 이어져 아기자기한 맛이 그만이라는 것이다. 나무계단도 곳곳에 자리하지만 어지간하면 모두 타고 오르내릴 수 있다. 내려갈 때는 그대로 나무계단을 타면 될 것이고, 오를 때는 계단 좌우로 형성된 경사면을 이용하면 된다. 완주시간은 1시간30분~2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땀 흘리며 오르면 쉼터가 있다

워낙 많은 라이더들이 찾는 곳이어서 자전거를 타기 좋도록 길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다. MTB 왕초보들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지만 몇 번 지나지 않아 쉽게 오르내린다. 취재일이었던 5월8일에도 MTB 입문 두 달차인 한 여성라이더가 취재팀에 합류했는데, 결국 불안한 표정을 내비치면서도 대부분의 코스를 멋지게 섭렵했다.

이 날 취재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 산악자전거 클럽인 스카이여성MTB클럽과 서울 양천경찰서 MTB 모임인 ‘산길따라’ 팀이 함께 했다.

1년 전만 해도 지향산 코스 출발지점부터 자전거를 탈 수 있었으나 인근에 번듯한 건물과 도로가 들어서면서 지금은 조경석 위로 자전거를 올려놓고 페달링을 시작한다. 완만한 경사로 시작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경사가 점점 세지기 시작한다. 곳곳에 나무뿌리도 있어 입문자들은 업힐을 포기하기 십상이다. 처음부터 만만치 않은 경사의 업힐을 700m쯤 오르면 첫 번째 마루에 오른다.

지향산 코스의 특징은 어지간한 언덕 하나를 오르면 어김없이 그 위에 조그만 자연쉼터가 자리한다는 것이다. 진땀나는 업힐 후의 휴식공간은 강한 유혹으로 다가오므로 다른 코스에 비해 쉬는 시간이 꽤 많이 소요된다. 그래서 이곳을 자주 찾는 동호인들은 시작 전부터 ‘오늘은 쉬지 말고 짐승(?)처럼 타보자!’며 결의를 다지기도 하다.

잠시 시원한 내리막이 이어지는가 싶으면 다시 긴 오르막이 나온다. 그렇게 20여 분 정도 달리다 약간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면 팔각정이 있는 절골약수터에 닿는다. 비워진 물통을 채우고 간식거리 하나 빼물고 다시 출발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긴 업힐이 나온다. 이곳 역시 오르내림의 부침이 심하지만 결국 대부분 오르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약 1km쯤 가다보면 직진과 함께 왼편으로 270도로 꺾이는 삼거리가 나온다. 직진하면 헬기장으로 가는 길이고, 크게 꺾어 내리막을 타기 시작하면 일명 ‘환상 다운힐’ 코스가 시작된다. 환상 다운힐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1km에 걸쳐 그야말로 환타스틱한 다운힐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명소이기 때문이다.

싱글트랙 1km를 시속 30~50km로 달리는 기분은 그리 흔히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다. 이 코스 때문에 일부터 지향산 코스를 타는 동호인도 적지 않다.

적절한 굴곡과 함께 시야도 탁 트여 등산객과 접촉사고 위험도 매우 적다. 이 정도의 싱글트랙 다운힐 코스는 전국적으로도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취재팀은 헬기장을 찍고 다시 환상 다운힐 시작점으로 회귀하여 이 구간을 달렸다.

다운힐의 끝은 시멘트포장 마을도로다. 만나자마자 좌회전하여 작동공원으로 향한다. 작동공원에는 화장실을 비롯해 작은 슈퍼가 있어 헤어졌을 때 다시 모이는 중간기점 역할을 한다.

도로를 횡단해 맞은 편 산으로 가면 마지막 코스가 기다린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난이도의 코스가 라이더들을 맞는다. 여기까지 왔다면 입문자는 지칠 대로 지쳐서 꼼짝하기 싫을 것이다. 다행히 마지막 남은 큰 고개 두 개는 비교적 업힐이 양호하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고개 두 개를 넘어 마지막으로 다운힐하면 매봉약수터가 나오고, 좀더 내려가만 신정주유소 왼편으로 나온다. 8차선 도로를 건너 300m 정도 더 가면 출발점으로 원점 회귀한다.  
 

싱글트랙 코스가 대부분 그렇듯 지도나 설명만 갖고는 길 찾기가 매우 난망하다. 따라서 코스 정보를 숙지하고 있는 동호인에게 가이드를 부탁하는 것이 좋다.

지향산의 경우 코스 입구에서 기다리면 오래지 않아 동호인을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온다. 어느 팀이더라도 코스 안내를 부탁하면 거절하진 않을 것이다.

이도 불편하다면 코스 입구에 있는 산타바이크숍(02-2681-5110)에 문의하여 다른 동호인과 시간약속을 하고 가는 것도 좋다.

다음호에는 수도권 남부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은 임도 코스인 수리산을 소개한다.

/ 글·사진 윤문기 월간 자전거생활미디어 본부장 munki@bicyclelife.net

[MTB 토막상식] 일본도 로드바이크 비중이 높은데, 왜 한국은 MTB가 대세인가!

여러 선진국을 보면 대부분 로드바이크(사이클) 인기가 MTB를 앞지른다. 일례로 투르 드 프랑스로 대표되는 해외의 로드바이크 대회는 참관 인원이나 대회 규모가 월드컵 축구에 비견될 정도다. 다만 우리나라는 MTB가 유독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그러한 열기를 느낄 수 없다. 최근 들어 로드바이크나 미니벨로 같은 종류로 장르 분화가 일어나곤 있지만, 아직도 MTB가 대세라는 것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MTB가 득세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외국의 경우 MTB를 탈 수 있는 산악구간이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도시를 산들이 둘러싼 형태를 띠고 있어 어디서나 MTB 코스까지 자전거로 이동이 가능하다. MTB를 타려면 차에 자전거를 싣고 2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는 해외보다 여건이 크게 낫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라이더들은 ‘한국은 환상적인 MTB 환경을 갖고 있다’며 탄성을 연발한다.

두 번째는 일반 포장도로를 타면서도 MTB를 선호하는 추세를 들 수 있다. 자동차에 대한 경계심이 로드바이크보다 좀 더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산악자전거를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MTB는 사이클보다 좀 더 안정감 있는 라이딩을 할 수 있다. 또 언덕이 많은 지형에서는 로드바이크보다 활용도가 높다.

세 번째는 로드바이크를 취급하는 자전거숍이 적다는 것이다. 서울에도 로드바이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숍은 양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최근 양상은 수요가 생기면서 로드바이크 취급점들이 조심스럽게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