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무력 시위

〈제6보〉(77~88)=펑첸 아버지의 ‘아들 사랑’은 유명하다. 펑첸이 어렸을 때 그는 허드렛일을 하며 아들의 바둑수업료를 댔다. 아들과 최철한과의 제5회 잉씨배 준결승이 자신의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안 그는 낯익은 기자들에게 “아들을 너무 미화(美化)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하고 다녔다. 아직 성장 중인 아들이 혹시라도 우쭐해져 추락할 것을 두려워한 것. 성공한 기사의 이면엔 백이면 백 아버지의 깊은 사랑이 숨어있다.

77에 백은 무심코 78에 두었으나 79로 건너붙여 오자 난감해졌다. 참고도 3으로도 임시방편이 안 된다. 6이 놓이면 흑 8의 탈출이 성립하기 때문. 거슬러올라가 △로는 ‘가’에 뛰는 게 옳았다는 지적은 여기에 연유한다. 할 수 없이 80으로 후퇴했으나 형태가 우그러졌다. 여기서 역전, 주도권은 다시 흑으로 넘어갔다.

82로 ‘나’에 막고 있다간 흑 ‘가’의 급소 일격이 너무 아프다. 87로 백 ‘가’를 강요하고 나서자 목진석은 노 타임으로 88에 붙여간다.

기세 넘친 승부수! 흑을 향해 ‘가’로 뻗겠으면 뻗어 보라는 노골적 ‘무력 시위’다. 흑은 여기서 과연 ‘가’를 감행할까, 아니면 우하귀에 고분고분 응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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