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감각

〈제8보〉(99~121)=“나는 웬만하면 참으면서 둔다. 내 기량이 먼저 상대를 도발할 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떤 기자가 그의 끝없는 인내력에 대해 물었을 때 펑첸은 이렇게 답했다. 뚜벅뚜벅 두다 보면 상대는 반드시 실수를 범하게 돼 있다는 것. 하지만 이런 이치는 거꾸로 자기 자신에게 적용될 때도 있다. 99, 이 수가 모두를 놀라게 한 이상 감각이었다.

99의 의도는 우중앙에 떠 있는 흑 미생마를 보강하겠다는 것. 그렇더라도 이렇게 둔탁한 행마를 떠올렸다는 건 불가사의에 가까웠다. 참고도를 보자. 10까지 선수 처리한 뒤 11이 훨씬 효율적인 보강책이었다. 이 것이라면 중앙에서도 몇 집을 기대할 수 있어 흑이 지는 일은 없었으리란 결론.

100의 양 선수 역끝내기가 엄청 크다. 106, 108 역시 꽤 짭짤한 처리(역끝내기 5집). 이것으로 순식간에 미세해졌다. 114가 놓이니 99가 더욱 초라하다. 120까지 바둑판 위엔 오직 백의 손길만 느껴질 정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흑, 121로 들여다봐 실마리를 구한다. 이 수는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