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승착

 

〈제9보〉(121~140)=승부의 저울추가 마구 요동치는 시점이다. 이 시기엔 심리상태도 큰 변수가 된다. 우중앙에서의 완착과 잇단 역끝내기 허용으로 쫓기던 흑에게서 또 다시 121이란 완착이 나왔다. 초조하다는 증거. 121로는 ‘가’, 백 ‘나’, 흑 ‘다’로 두텁게 연결해가야 했고 그랬으면 이제부터의 바둑이었다. 122가 놓여선 마침내 백이 앞서기 시작했다.

123은 참고 1도를 기대한 수지만 124가 통렬한 반격. 순간 펑첸의 손길이 얼어붙었다. 참고 2도 1은 10까지 진행 후 A, B 두 군데가 걸린다. 무려 33분의 대장고 끝에 125로 중앙 대마의 삶을 우선 도모했으나 그 틈에 132까지 상변이 초토화됐다. 129로 참고 3도 1로 저항해도 10에 이르면 어느 한 쪽은 무사할 수 없다.

이래선 백이 넉넉히 앞선 형세. 결과적으로 124는 승착이 됐다. 순식간의 변란이다. 134는 ‘라’를 보고 있다. 얼굴이 잔뜩 이지러진 펑첸, 전국을 두리번거리며 재 반전의 실마리를 찾아 나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