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가 썼을까?… 당시대의 최고급 은접시

단군신화에는 풍백(風伯), 우사, 운사가 등장한다. 이 가운데 ‘바람의 신’ 풍백을 중국인들은 비렴이라 불렀다. 얼굴은 말처럼 길쭉하고 날개는 거대하다. 서기 3세기 위진대 이래의 그릇에 이 그림이 등장하는데, 당의 시안(西安) 출토품을 백미로 손꼽는다.

1970년 장안성 발굴 현장. 땅 속 깊은 곳에서 장독처럼 큼지막한 항아리가 발견됐다. 처음에는 술독이려니 여겼으나 뚜껑을 열자 그 속에 금빛 찬란한 그릇이 가득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 점 두 점 꺼내 먼지를 털어내자 당 현종과 양귀비가 썼음직한 최고급 금은기 1000여점이 베일을 벗듯 차례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가운데 비렴문 접시는 유독 눈에 띄었다. 가장자리는 꽃잎처럼 여섯 군데 굴곡을 주었고, 황금빛 비렴은 도드라지게 새겼는데 겹겹이 포개어진 날개는 정교함에 더하여 힘이 넘친다.

중국에서는 유난히 보물구덩이가 많이 발굴된다. 이를 퇴장(退藏)유구라 부른다. 잦은 전란에 시달렸기에 평소 아끼던 물건을 자신만이 아는 땅 속 깊은 곳 어딘가에 숨겼던 것이다. 그러나 일부는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목숨을 부지하지 못한 채 끝내 생을 마감하였으니 그때의 안타까움은 오죽했으랴. 영원히 사라진 줄만 알았던 이 보물은 1천 수백 년의 세월이 흐른 뒤 다시금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 중국의 국보, 아니 ‘세계의 국보’가 되었으니, 그 옛 주인의 안타까움이 조금이나마 덜어졌을까. 오전 10시~오후 8시(입장 마감 오후 7시). 매주 월요일 휴관. 성인 1만원, 청소년(중·고생) 8000원, 어린이(만 4세 이상) 6000원. (02)736-96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