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마티에르에 담아낸 정겨운 고향 풍경

큰 수술을 받은 후 이 작가의 작품은 오히려 밝아졌다. 중견화가 박수룡(53)씨의 개인전(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7일까지·02-544-8481)에는 두터운 마티에르 질감으로 작가의 고향인 해남의 풍경 등을 반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 23점이 걸려 있다.

동양화에서 쓰는 발묵 효과(먹이 번져 퍼지는 효과)를 서양화에 응용하고, 유화 물감에 흙을 섞고, 작품 표면을 칼로 긁고 불로 태우는 등 평범한 회화와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시도했다.

작가는 간 수술을 받은 이후 해남, 광주, 서울 등으로 스케치 여행을 하며 보았던 새, 소, 작은 집 등 정감 어린 소재와 고구려 벽화를 모티프로 했다.

다양한 원색을 과감히 쓴 듯하지만, 가만 보면 빨강, 파랑, 노랑 세 가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나머지는 편안한 흙 빛깔이다.

“하늘은 빨갛고, 땅은 노랗고, 사람은 파랗고. 우리나라의 색깔은 모두 이 셋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작가는 어렸을 때 봤던 행복하고 해맑은 농부와 서민의 삶이 곧 민족미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비 온 뒤 빨갛게 되는 해남의 땅처럼 촌스러운 자연의 색감에 서민들의 행복한 삶을 담고 싶습니다. 촌스러운 곳에서 살았던 게 작품에는 도움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