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장윤현 감독, "분노장면 한번에 OK...역시! 송혜교"

장윤현 감독의 행보는 한국 영화의 오늘과 내일에 있어 큰 의미를 지닌다. 97년 충무로 데뷔작인 '접속'부터 2007년 '황진이'까지. 매번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을 시도하는 그를 통해 관객들은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 10년 여만에 두번째로 만든 멜로 영화 '황진이'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의 경쟁에서 힘겨운 싸움을 펼친 장 감독을 만나봤다.

　

-왜 '황진이'였나.

▶자유 의지로 시대의 금기를 뛰어넘은 여성이란 점에 끌렸다. 사회적 갈등과 사랑 이야기가 붙어있는 원작 구조 또한 매력적이었다. 사랑이란 감정은 소유욕과 결부되게 마련인데, 진이는 다르다. 시대의 비극 앞에서 놈이(유지태)와 헤어지나, 권력욕 이기심 등 자기 자신안에 있는 욕망을 버리면서 얻은 그 존재만으로도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기생' 명월이보다 '인간' 황진이에 초점

-방대한 원작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했겠다.

▶선택과 집중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생 명월이와 인간 황진이 중 후자를 택했고, 그래서 영화는 철저히 명월이의 화려한 기예를 배제했다. 한 여성의 자각에 관한 성장 드라마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런 의미에서 출생의 비밀로 인해 황진이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점을 극적으로 부각시켰다.

　

-전형적인 구조의 원작과 영화의 거리두기식 화법이 관객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원작은 걸쭉한 된장같다. 굉장히 신파적인 이 이야기를 어떻게 카메라에 담아낼까 고민하면서 사랑의 감정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부각시켰다. 또한 주인공들의 감정을 덜어내는 표현 방식을 택했다.

첫 신에 에너지 폭발 "됐구나!"

-송혜교란 '의외'의 카드를 선택했다.

▶송혜교의 곱고 예쁜, 기존 이미지가 깨지면 더 큰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했다. 처음 기생 차림을 했을 때만해도 어색해보이더라. 그러나 촬영 초반 신분의 비밀을 알고 분노하는 장면을 찍을 때다. 리허설 없이 한번에 'OK'가 났다. 전후 감정 연결신 없이 그 장면만 찍는거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첫 신에 에너지를 폭발시키더라. 다들 '됐다'는 생각에 환호성을 질렀다.

북한 촬영 산악인도 힘든 코스　

-북한 촬영때 에피소드도 재밌던데.

▶전문 산악인도 힘들어하는 코스였다. 일단 지미집을 위로 올리고, 전경을 찍기로 했다. 송혜교가 정상까지 못 올라오리라 생각했다. 아니다 다를까. "송혜교씨가 주저 앉았습니다"라는 무전이 오더라. 포기하려는데, 한참 뒤 송혜교가 산 정상까지 올라왔다. 근성이 대단한 배우다. 촬영이 끝나고는 나한테 인사도 안하고 휙 산을 내려가더라. 하하.

내년 상반기 '돈되는 영화'로 인사

-만약 10년 뒤 '황진이'를 다시 만든다면.

▶넓고 풍부한 원작은 다양한 방식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계급 사회지만 능력과 재주를 귀하게 여긴, 사회 동력에 초점을 두고 카메라에 담고 싶다.

　

-'관객 지도'가 변화하고 있다.

▶극장 나들이가 과거엔 연인들을 위한 나들이였다면, 이젠 타깃 조정이 필요하다. 기획적으로 가족 영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기존 20대 관객들에겐 새로운 미디어와 결합한 형태로 접근해야 한다.

다음 프로젝트는?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데, 내년 상반기 중엔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 글쎄 '돈 되는' 영화를 만들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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