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다이 하드 4.0’

그의 아들이 나서도 될 만한 나이에 뛰었다. 52세. 민머리에 약간 처진 듯한 뱃살, 미간에 잡히는 두꺼운 주름. 분명 겉모습은 ‘노땅’이다. 그런데 12년 만에 돌아온 이 남자. 웬걸. 누구보다 날렵하고, 누구보다 민첩하다. 늘어진 팔뚝살일 줄 알았는데, 단단한 근육덩어리였다.

죽기 일보 직전에서 절대 죽지 않는 남자. ‘다이 하드(Die Hard)’의 그 남자, 브루스 윌리스가 돌아왔다. 여전히 마초 냄새 풀풀 풍기며, 시니컬하고 거친 입담은 그대로다. 변한 게 있다면 쫄아든 탱크톱 같은 민소매 대신 긴팔 티셔츠로 2시간 10여 분을 버틴다는 것. 3편이 나온 뒤 12년 만이며, 그에게 ‘액션 스타’라는 꼬리표를 달게 해줬던 1편이 선보인 지 장장 19년 만이다. 어느덧 추억 속으로 사그라질 뻔한 기억들을, 스크린 속 이 남자는 뼛속 밑바닥에 잠자고 있던 그의 존재감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디지털 시대에 사는 아날로그 형사”라는 대사처럼 이 영화는 아날로그 그 자체다. 80년대 액션과 90년대 컴퓨터 해커 무비가 결합했으니, 왠지 구린내가 풍길 듯하다. 그런데 그 ‘아날로그’도 투철한 연기와 맞물리니 최첨단 그래픽쇼를 능가한다. ‘스파이더맨 3’나 ‘트랜스포머’ 등 환상적인 특수효과가 제공하는 스크린 장악력이나, ‘인간 터미네이터’급의 존 맥클레인 형사(브루스 윌리스)가 몸을 날려 때리고 쏘고 부수며 스크린을 휘젓는 집중력이나 큰 차이가 없으니, 관객에겐 반가울밖에. 오히려 현실감이 발동해 발끝부터 짜릿해 온다.

뉴욕 경찰인 존 맥클레인은 컴퓨터 해킹 용의자 매트 패럴(저스틴 롱)을 FBI 본부로 호송하다 총격을 받는다. 정부의 네트워크 전산망을 파괴해 미국을 장악하려는 전 정부요원 토머스 가브리엘(티모시 올리펀트)이 그들을 공격한 것이다. 나중엔 딸까지 납치된다. 엘리베이터 통로에 대롱대롱 매달리고, 연쇄적인 가스 폭발에 미친 듯이 달리고, 전투기의 습격을 받아 폭발 일보 직전에 도망치고,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그래도 그는 죽지 않는다.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그는 그였다. 존 맥클레인 자체였다. 이쯤에서 듣는 그의 아무 의미 없는 카우보이식 환호성. Yippie Kay Yay~ Mo~! 이 뒤부턴 욕이니 여기까지만. 12세 이상 관람가. 19일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