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현장을 가다] '우리 동네', 훈남 살인마들의 '관객 배신'

영화 '우리 동네'(감독 정길영, 제작 모티브시네마-오브젝트필름)엔 오만석 이선균 류덕환 등 손꼽히는 훈남들이 출연한다. 배우와 제목만 들어도 왠지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속으면 안된다. 훈남이라 믿었던 이들이 누군가의 가슴에 차가운 칼을 꽂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영화 '우리 동네'는 10년동안 살인을 저질러온 추리소설가 경주(오만석), 이를 따라 모방살인을 벌이는 문방구 주인 효이(류덕환), 경주의 친구이자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형사(이선균)의 이야기다. 섬뜩하게도 한 동네에 두 명의 연쇄살인마가 살고 있는 것.

두 살인마 오만석과 류덕환이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의 촬영이 최근 서울 성북구 석관초등학교 앞에서 진행됐다.

액자를 사기 위해 문방구를 찾은 오만석과 주인 류덕환의 첫 만남은 영화 속에서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대목. 그러나 촬영 현장은 30도가 넘는 날씨 때문에 긴장감 대신 땀이 목을 타고 흘렀다. 게다가 영화 설정상 겨울 분위기를 내기 위해 오만석은 두꺼운 야전점퍼, 류덕환은 후드티셔츠를 입고 촬영에 나섰다. 덥다고 불평 한마디 나올만 하건만 놀랍게도 두 배우의 영화에 대한 집중력은 촬영중이나 대기중이나 똑같았다.

이날 촬영은 오만석이 "사이즈에 맞는 액자 있나요?"라고 말을 던지면 류덕환이 "가족사진인가봐요? 일단, 들어오세요"라는 짧은 대답이 전부였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두 주인공에겐 복잡하고 긴 감정의 순간이다. 야수는 야수를 알아보는 법. 살인마는 살인마를 직감한다. 둘은 첫 대면에 서로의 존재를 인식한다. 그러나 너무나 평온한 척 '우리 동네' 이웃으로 손님과 주인의 관계를 유지한다. 이 복잡미묘한 순간은 결국 여러번 촬영됐다.

촬영이 끝날 때쯤 이선균이 도착하자 진지했던 촬영장 분위기가 손바닥 뒤집듯 금세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도 그럴것이 정길영 감독 오만석 이선균 모두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 오만석과 이선균은 94학번 동기생으로 13년 지기다. 정길영 감독은 아예 처음부터 이선균과 오만석을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 거기에 친동생 같은 류덕환까지 가세하니 넷의 조화가 아주 자연스럽다. 그래서일까 '우리 동네' 촬영현장은 여느 현장과는 달리 치열함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분위기다.
오만석은 "영화로는 함께하는 첫 작품이지만. 10년 이상을 함께 지낸 친구들이다 보니 어려움은 없다. 서로를 잘 알고있어 편하게 연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감독은 "세 명 모두 리액션을 잘해 상대 배우를 편하게 해주는 연기자들"이라며 "자신을 희생할줄 아는 좋은 배우들"이라고 칭찬했다.

현재 절반 정도 촬영을 마친 '우리 동네'는 올 겨울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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