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유물] 높이 60㎝… 호기 넘치는 대작

남청북백(南靑北白)이란 말이 있다. 중국 남방은 청자가 유명하고, 북방은 백자가 발달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중국의 유명한 도자기 가마는 대부분 남방에 몰려 있다. 도자기산업에 관해서는 북방이 남방을 따라갈 수 없었던 것이다. 삼분천하의 대혼란을 마무리짓고 천하를 통일한 진(晉)나라가 북방의 이민족에게 멸망당해 강남으로 쫓겨간 이후 북방의 도자기산업은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남북조시대 후기가 되면서 북방의 도자기는 남방과는 다른 독특한 품격을 갖추게 된다.

이번에 전시된 것은 봉(封)씨 성을 가진 북조 귀족의 무덤에서 출토된 것이다. 높이가 무려 60cm에 달하는 대작이다. 남조의 청자가 군살 없는 몸집에 담백한 색조, 정적인 멋을 지녔다면 북조의 청자는 우람한 크기와 호화찬란한 장식, 약진하는 생동감으로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언뜻 번잡해 보이지만 유목민인 선비족의 핏줄을 이어받은 북조 귀족들의 취향을 짐작하게 한다. 가지가지 꽃과 나뭇잎, 고리와 비천을 따로 만들어 몸통에 붙이는 첩화(貼花)기법을 마음껏 발휘함으로써 선으로 무늬를 표현하던 남조 청자의 고정관념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이처럼 파격적인 북조 청자는 6세기 후반이 되면서 마침내 남조 황제릉의 부장품으로 선택된다.

백제의 심장부인 부여 능사와 익산 왕궁리에서도 이 같은 청자가 여러 점이 발견됐다. 남조 일변도에 머물던 종전 외교의 틀을 과감히 뛰어넘어 북조 국가들과 적극적인 교섭을 전개하던 위덕왕(백제 제27대 왕·554~598년 재위) 덕분이다. 오전 10시~오후 8시(입장 마감 오후 7시). 매주 월요일 휴관. 성인 1만원, 청소년(중·고생) 8000원, 어린이(만 4세 이상) 6000원. (02)736-96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