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마, 해리 포터”… 지구촌 다시 마법에 걸리다

2007년 7월은 ‘해리 포터’의 계절이다. 11일 전세계에서 영화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시리즈 5편)’이 동시 개봉한다. 21일에는 런던과 뉴욕에서 이 시리즈의 7편이자 최종편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도들’(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이 발간된다.

◆스포일러, 지구를 뒤덮다=작가 J.K. 롤링(42)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자꾸 ‘이렇게 될 것이다’ 혹은 ‘저렇게 될 것이다’ 하고 책 내용을 점치죠. 나는 그런 억측들(theories)을 더할 나위 없이 좋아해요. 너무 재미있어요.” 롤링은 또 “7편 마지막 장(章)의 마지막 단어는 ‘흉터’(scar)’이고, 낭만적인 내용도 있으며, 등장인물 중 한 두 명은 죽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7편 발간이 다가오자 전세계 팬 사이트가 시리즈 결말을 점치는 ‘스포일러’(spoiler·책이나 영화 내용을 먼저 흘리는 악성 정보)로 후끈 달아올랐다. “주인공 해리가 죽는다”, “단짝 론이 죽는다”, “해리와 론의 여동생이 사귄다”, “6편에서 죽은 덤블도어가 되살아난다” 등등 달콤·황당한 예측들이 뒤죽박죽이다. 최대 팬사이트인 머글넷(mugglenet.com)측은 스포일러만 모아 ‘7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책까지 냈고, 영미권에서 30만부를 팔았다.

◆신문·잡지, 흥분하다=뉴욕타임스는 지난달 26일 ‘해리 포터와 스포일러 떼의 습격’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해리 포터의 다섯 가지 결말’이라는 별도 기사에서 작가 5명이 결말을 추측하기도 했다. 삐딱한 시선도 있다. 작가만 갑부가 됐지, 출판사·서점·영화사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는 ‘호그와트의 저주’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비즈니스 위크). ‘해리 포터’ 미국판을 내는 스콜라스틱사(社)의 경우 ‘해리 포터’가 나오는 해의 매출이 그렇지 않은 해보다 오히려 못하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만 너무 공을 들이느라 다른 좋은 책을 못 낸다는 것이다. 아마존·반즈앤노블스 같은 대형 서점은 살인적인 할인 경쟁을 하느라, 워너브라더스 영화사는 치솟는 제작비를 대느라 이익을 보기 어렵다. 이 영화사는 2009년까지 플로리다주(州)에 ‘해리 포터’ 놀이공원을 세울 계획이지만 “초기 투자 비용만 5억 달러 넘게 들 전망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수익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판, 11월에 나온다= 롤링의 판권을 전세계에 독점 중계하는 크리스토퍼 리틀 리터러리 에이전시는 “원고 작성·교정·인쇄·배송 등 전 과정에 걸쳐 비밀을 엄수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롤링은 각 편을 다 쓸 때마다 영국·미국을 각각 대표하는 편집자 2명에게 원고를 보낸다. 편집자들 의견을 받아 퇴고한 다음, 최종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다….” 여기까지만 공개돼 있다.

롤링이 편집자들에게 원고를 이메일·우편·인편 중 어떻게 건네는지, 인쇄소 보안은 어떻게 유지하는지, 원고를 미리 훔쳐보다 들킨 사람이 있었는지 물어도 크리스토퍼 리틀 리터러리 에이전시의 아시아 담당자는 한마디뿐이다. “그런 모든 질문에 대답을 안 하는 것이 우리들의 원칙입니다.” 한국판이 빨라야 11월쯤 나오는 것도 이 비밀주의 때문이다. ‘해리 포터’ 한국어판을 내는 문학수첩 출판사의 박광덕 주간은 “영어판 발간에 맞춰서 한국판을 내고 싶어도, 영어판 발간 직전까지 아예 원고를 받을 수 없어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