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훈 후지쓰배 우승… 한국 10연패

제20회 후지쓰배의 주인은 박영훈(22) 九단이었다. 9일 도쿄 일본기원 특별 대국실에서 벌어진 결승 단판 승부에서 박 九단은 이창호(32) 九단에게 252수 만에 백으로 1집 반 승, 우승했다. 박 九단은 이로써 제17회 후지쓰배(2004년), 제1회 중환배(2005년)에 이어 세 번째 국제대회 패권을 차지하며 1500만엔(약 1억1000만원)의 우승 상금을 획득했다. 3년 전 첫 세계 제패와 함께 최연소, 최단기 九단을 안겨주었던 무대여서 감격은 더욱 컸다.

뛰어난 계산력으로 유명한 두 ‘신산(神算)’ 끼리의 대결은 막판까지 피 말리는 집 싸움으로 시종했다. 이창호는 초반 두터움에 치중하면서 상변에 큰 세력을 허용, 한때 열세에 몰렸다가 중반 맹추격에 성공하면서 미세한 형세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박영훈은 이후 예리한 끝내기로 조금씩 득을 보며 간발의 차를 지켜냄으로써 ‘신세대 신산’의 위력을 과시했다. 이날 결승을 지켜본 전문기사들은 박영훈의 종반 마무리를 “완벽하다”고 극찬했다. 이로써 박영훈은 이창호와의 역대 통산 전적 간격을 7승 10패로 좁혔다.

이번 대회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박영훈은 2회전에서 일본 요코다(橫田茂昭)를 제친 후 천적인 저우허양(周鶴洋·중국)과 일본 요다(依田紀基)를 연속 반 집 차로 제압, 결승 고지를 밟았다. 반면 이창호는 중국 창하오(常昊) 후야오위(胡耀宇)에 이어 준결승서 일본의 실질적 최강자 장쉬(張木羽)를 뿌리치고 이 대회 세 번째 패권을 노렸으나 마지막 고비에서 무너졌다. 이 九단은 이로써 2005년 제5회 춘란배 제패 이후 2년여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르려던 꿈이 또 한 번 무산됐다. 작년 초 제10회 삼성화재배 이후 4개 국제대회에서 연속 준우승에 머물면서 국제 무관(無冠) 탈피에도 실패했다.

한동안 중국의 거센 추격에 휘말렸던 한국은 이번 후지쓰배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휩쓸어 다시 세계 최강국의 위용을 되찾게 됐다. 특히 후지쓰배에선 98년 제11회 때 이창호가 패권을 차지한 이후 이번까지 통산 10연패(連覇)란 국제대회 사상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수립했다.

역대 후지쓰배에서 한국 기사끼리 결승전을 펼친 것은 이번까지 무려 일곱 차례에 달한다. 한편 이날 함께 벌어진 3·4위전에서는 요다가 같은 일본의 장쉬를 백 3집 반 차로 제치고 내년 대회 자동출전권을 따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