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九단 대 초단

〈제1보〉(1~18)=같은 것은 두 사람의 국적뿐, 모든 것이 대비된다. 36세 중년의 일본기원 소속 九단과 19세의 한창 나이 한국 초단이 마주 앉았다. 앞은 프로 생활 20년째로 접어든 중견 기사 류시훈이고, 뒤는 입단한 지 아직 반년에 불과한 올챙이 한상훈이다. 통합 예선에서 류시훈은 5연승, 한상훈은 4연승을 거두고 대망의 본선 무대 진입에 성공했다.

한상훈이 흑 백을 못 맞히자 류시훈은 흑 돌을 당겨간다. 한상훈의 입가에 스쳐가는 희미한 미소. 그는 언제나 백번(白番)을 선호하는 쪽이다. 초단이 백을 쥐고 九단을 상대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그 옛날 일본에서 처음 단위제도를 도입할 때 초단은 九단에게 석 점을 놓는 실력을 기준으로 만들어졌었다.

9는 종종 등장하는 세력 지향의 착점. 참고도 1로 끊어오면 6까지 정비할 속셈이다. 10을 기다려 11로 삼연성을 편다. 오늘 흑의 콘셉트는 세력바둑이다. 12를 고르는 데 무려 9분을 썼다. 13으로 중앙에 힘을 실었을 때 14는 이세제세(以勢制勢)의 일착. 그러거나 말거나 흑은 15, 17로 세력 포진을 노골화한다. 잔잔한 호수 면에 팔랑거리는 나뭇잎처럼 18이 떨어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