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경의 패셔니스타 인 시네마] (1) 엄앵란 ③

엄앵란은 제1회 청룡영화상 인기상을 수상, 당대 최고 스타로서 명성을 떨쳤다.

당시 청룡영화상 인기상은 전국민의 관심사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최사인 조선일보가 전국민이 투표할 수 있게 신문에 응모권을 붙여서 발행한 다음, 영화상 당일 모든 영화관계자가 모인 자리에서 투표한 응모권을 하나씩 펼쳐 '정(正)'자를 써가며 호명해 수상자를 선출했다.

영화와 배우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대통령 선거 못지않았던 이 시절, 엄앵란과 함께 인기스타상을 받은 남자배우가 다름아닌 신성일이다.

19세부터 29세까지 10년 동안 170여 편의 작품을 남겼던 엄앵란은 '맨발의 청춘'으로 인연을 맺은 신성일과 결혼하면서 영화계를 떠났다.

많은 여성팬들의 부러움과 질투 속에서 '세기의 결혼식'이 진행됐는데, 신부의 웨딩드레스는 당시 '신세대 디자이너'인 앙드레 김이 맡았다. 신랑의 턱시도는 박테일러의 작품. 디자이너의 웨딩드레스를 입는 것이 당시로서는 흔한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엄앵란과 앙드레 김의 인연 또한 그녀의 의상에 대한 높은 관심때문에 시작됐다. 대부분의 영화 의상을 디자이너 노라노와 상의하던 시절, 엄앵란은 차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앙드레 김의 의상실을 발견했다. 독특한 쇼윈도가 마음에 들어 의상실에 들렀는데, 당시 구하기 어려운 커피를 무료로 주던 점부터 인상적이었다.

트레이드 마크가 된 지금의 흰 의상과 달리 감색 정장에 흰 부츠를 신은 앙드레 김은 앞선 감각으로 엉앵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이때의 인연으로 영화 의상을 맡은 앙드레 김은 우아한 스타일의 웨딩드레스로 또 한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앞선 디자인 덕택인지 그녀의 드레스는 지금 봐도 결코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독특한 '올린머리' 또한 우아한 드레스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이 헤어스타일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60년대 엄앵란 스타일을 유행시킨 그녀의 전속미용사는 고 육영수 여사의 올린머리 미용사로 발탁되어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러나 세기의 결혼식을 외면하기는 힘들 터. 그 미용사는 영부인의 허락을 받고 휴가를 낸 뒤 신부의 머리를 해줬다고 한다.

카메라 안팎에서 최고의 모습으로 팬들과 만나고자 했던 엄앵란의 이러한 10여 년의 노력은 영화계를 떠난 이후에도 영화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그녀의 영화를 보고 싶은 팬들은 서울 상암동에 새로 자리 잡은 한국영상자료원을 찾기를 권한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긴 장마철, 60년대 영화를 한편 보는 것도 요즘 연인들에게는 좋은 이벤트가 될 듯하다. < 엄앵란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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