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열린 성문

〈제2보〉(19~31)=개막 전야 추첨식 때 한상훈을 첫 판 상대로 뽑은 류시훈이 무대로 불려 나왔다. 상대에 대한 정보가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는 “인터넷을 통해 기보를 봤다”고 답했다. 연수 기간을 빼면 프로 생활 3개월에 불과한 애송이의 기보까지 안방으로 척척 전송되는 세상. 게다가 그걸 챙겨 본 정성도 놀랍다. 그는 “마음을 비우고 두겠다”고 임전소감을 밝혔다.

 

19는 준비해둔 수. 참고 1도 1은 5까지 안팎으로 깎여 불만이다. ‘가’로 뛰어들려면 들어오라. 막상 문을 열어주니 백은 7분여를 망설이다가 20으로 손을 돌린다. 성을 비우고 거문고를 타는 제갈량의 천연덕스러움, 뭔가 미심쩍은 채 철수하는 사마의(司馬懿)가 떠오른다. 하지만 들어갔더라도 복병 따위는 없었다. 참고 2도가 예상되는 진행.

27이 눈여겨볼 점이다. 정석대로 ‘나’로 지키면 백이 29로 뛰는 수가 호점이 된다. 귀의 단점 보강을 보류하고 31까지 밀어붙인 것이 시의 적절한 작전. 백은 여기서 더욱 외로워진 중앙 ?을 보강해야 할까, 우상귀 흑의 단점 추궁이 먼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