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백의 위기?

〈제4보〉(43~59)=류시훈(36)은 중학 3년 때인 86년 도일, 2년 만에 입단했다. 천원 4회, 왕좌 1회, NEC 컵, NEC 준영, 신예토너먼트 각 1회 등 8회나 우승하며 정상급 기사로 활약해왔다. 네 살 아래의 라이벌 이창호가 조훈현의 내제자로 들어가자 자극받아 당시 ‘바둑 선진국’이던 일본행을 결심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43은 안형(眼形)의 급소로 내친걸음. 하지만 참고도 1로 외곽을 봉쇄하는 작전도 유력했다. 13에 이르면 중앙 백 △ 한 점의 생사로 승부가 갈린다. 쌍방 겁나는 모습. 백은 44를 선수하고 46에 끊어 타개에 나섰다. 52까지 틀을 갖추었을 때 53의 두점머리 한 방이 통쾌하다.

55로 씌우고 57, 59로 흑의 행마가 보기에도 시원시원하다. △는 고립됐고 우변 백도 정처 없는 나그네 같다. 일견 백의 위기. 하지만 고수들의 바둑에서 돌이 그리 쉽게 잡히는 경우는 드물다. 대선배를 상대로 배짱 좋게 실리를 도처에서 챙기면서도 한상훈은 나름의 타개 수단을 봐놓고 있었다. 백은 지금 중앙과 우변 중 어느 쪽 수습이 더 시급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