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그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태풍태양'의 정재은 감독, '발레교습소'의 변영주 감독 등 내로라하는 감독들과 호흡을 맞췄다. '피터팬의 시간'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그래서 '사생결단' 이후 '해부학교실'을 골라든 그에게 '의외의 선택'이라는 말들이 쏟아졌다.
"서정적인 공포영화예요. 단순히 놀라게 하고 겁주는 내용이 아닌 점이 마음에 들었죠."
지난 12일 개봉된 영화 '해부학교실'에서 온주완은 본과 1학년에 외제차를 모는 재단 이사장의 아들 중석으로 나온다. 좋은 머리를 타고난 덕에 공부를 게을리 해도 성적은 우수하다. 엘리트 대학생으로, 그의 표현에 따르면 데뷔 이후 거의 처음으로 맡은 '럭셔리한' 배역이다.
그러나 '물론!' 온주완답게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중석의 캐릭터는 훨씬 더 입체적이다. '공중에 뜬 채로 연기하는 다른 배역들의 발을 땅에 붙여주는 인물'이다. 다소 가라앉을 수 있는 영화의 전반부를 책임지면서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필통낙하시험'이란 단편으로 인정받은 송태웅 감독과의 작업도 즐거웠어요. 40시간 연속으로 카메라를 돌린 적도 있으세요. 만족할 장면이 나올 때까지 'OK'를 외치지 않는 감독님에게 많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죠."
처음 하는 공포영화. 그런데 알고 보니 '억' 소리 나는 영화를 '악' 소리나게 좋아한다. '오멘'의 광팬. '쏘우'나 '엑소시스트' 같은 시리즈는 꼭 챙겨본다. 중학생때 이색 아르바이트 체험(?)도 도움이 됐다. 비보이 대회에 나갈 경비를 모으기 위해 사체를 알코올로 닦아주는 아르바이트에 도전했다. 친구들과 소주 한 병 나눠먹고 영안실에 들어섰다가 울면서 돌아온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해부학교실' 이후 작품은 곽재용 감독의 '무림여대생'. 가을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신민아, 유건과 함께 한 이 영화에서 그는 귀여우면서도 애처로운 캐릭터로 관객들과 만난다. 당시 완벽주의 곽재용 감독의 주문에 따라 온몸을 던지다가, 고막을 다쳤다. 그래도 고난도 장면까지도 "대역없이 소화해 내겠다"고 고집 부린 것에 대해 결코 후회하지는 않는다. 아침 비행기에 타기 직전까지 밤을 새워 흙을 퍼 날랐던 기억도 즐거운 추억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줄도 안다. 그래서 온주완의 환한 웃음 뒤에서 관객들은 튼튼히 자리 잡은 연기 열정을 발견하는 듯. '영리한 배우'로서 온주완이 보여주는 거침없는 행보에 충무로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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