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두 마리 토끼

〈제7보〉(81~92)=데뷔 이후 4월 하순까지 16승 1패로 ‘초단 돌풍’을 몰고 왔던 한상훈이 요즘은 멈칫하고 있다. 5월 하순 이후 성적만 따지면 5승 6패로 승률 5할이 채 안 된다. 바둑리그에선 1승 5패라는 부끄러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년 총전적은 28승 11패(승률 10위)로 여전히 좋은 편. 프로 무대의 혹독한 담금질을 뚫고 진정한 고수로 올라서는 과정으로 보인다.

81로 젖히고 83까지, 귀는 패(覇)로 일단락이다. 81로 참고 1도 1로 넘어도 백 2 이후 8까지 역시 단패를 피할 수 없다. 백은 참고 2도의 패 맛을 당장 결행치 않고 84로 일단 포위망 돌파를 시도한다. 우변 백도 자체로 못 살아 있으므로 우상귀 흑과의 수상전이 될 경우 수를 늘린다는 뜻도 있다. 이렇게 되니 다급해진 쪽은 오히려 흑이다. 추격하던 두 마리 토끼 중 한 마리가 달아난 셈이니까. 좌중앙 흑 세력권에 갇힌 토끼마저 못 잡으면 집 부족이다. 85, 87로 총공격 개시. 92 때 흑은 고민에 빠졌다. 좌변을 지켜야 할까, 대마의 파호(破戶)가 우선일까. 이미 흑은 마지막 1분에 쫓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