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에 묻혀 먹고 잔다

사람의 목청과 악기가 어우러진 소리를 탁 트인 야외에 풀어놓으면 감동과 흥취가 진해진다. 짙푸른 녹음이 우거진 대한민국 한여름의 열찬 풍광과 함께라면, 콘서트는 굳이 갑갑한 실내에 갇혀 있을 이유가 없다. 영국의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일본의 후지 록 페스티벌, 스위스의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등 세계 각국이 ‘간판’으로 내걸고 있는 대규모 공연은 대부분 야외가 배경. 한국도 머지않아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각 2회와 4회를 맞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가평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이 한국을 대표하는 야외 공연으로 깊숙이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두 행사 모두 첫 회 하늘이 뚫린 듯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 힘겹게 위기를 넘긴 전력(前歷)이 있어 단단해진 내실이 대견하다.

◆록에 묻혀 먹고 잔다―펜타포트

지난해, 이 행사를 찾은 록 팬들은 무릎까지 빠지는 진흙밭에서 세차게 떨어지는 빗발을 몸으로 이겨내며 새벽까지 음악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그들은 귀가하지 않았다. 공연장 한쪽 캠핑존에 미리 세워둔 텐트에 들어가 새우잠을 자면서 다음날 무대를 기다렸다. 젊음의 힘. 27~29일 9만평 규모 인천 송도 대우자동차 판매 부지에서 열리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색다른 즐거움은 바로 캠핑이다. 3000여개 텐트가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샤워실, 세면장, 화장실, 의료시설도 들어선다. 현장에서 텐트를 치고 자려면 ‘캠핑권’을 구입해야 한다. 1인당 1만원. 현재 1000여명이 이를 구입했다. 주최측은 텐트 대여도 한다. 글로벌 록 스타들이 앞장선, 출연진은 지난해 못지않다. 세계 전자음악 분야의 큰 별인 케미컬 브라더스, 영국 록의 가장 혁신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뮤즈를 비롯, 애쉬, 테스타먼트, 데미언 라이스, 오케이 고 등이 도드라진다. 국내 뮤지션으로는 크라잉넛, 바세린, 넬, 보드카 레인 등 실력파 밴드들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