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그 많은 동물과 새들을 왜 방주에 태웠을까?

처음 5분짜리 예고편을 봤을 땐 정말 ‘대박’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니, 그 아이디어 자체만으로 신선하게 느껴졌으니까. 게다가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짐 캐리의 코믹함을 능가할 정도의 말재주로 관객을 사로잡았던 스티브 카렐(Carell)이 주인공의 자리를 꿰찼으니 할 말 다 한 것 아닌가. 거기에 ‘에이스 벤츄라’ ‘라이어 라이어’ ‘너티 프로페서’ 등을 연출한 할리우드의 대표 코미디 감독 톰 새디악이 메가폰을 잡은데다, 코미디 사상 최고 금액인 1억 7000만 달러를 쏟아부어 4년간 공들여 제작했다고 하니 마지막 확인 도장까지 확실했다.

하지만 성서의 61% 크기로 재연한 초대형 방주 만드는 데 너무나 공을 들여서일까. 짐 캐리 못지않은 ‘내 맘대로 얼굴 근육’의 소유자 스티브 카렐의 슬랩스틱 코미디는 또 다른 주인공 ‘방주’에 밀려 전편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가장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홍수 장면마저도, 그 스케일에 ‘그게 전부?’ 하고 의문 부호를 남발하게 되니까.

앵커 출신으로 하원의원 선거 당선까지 막힘 없이 일이 풀리던 에반 벡스터(스티브 카렐)는 어느 날 신(모건 프리먼)의 계시를 받아 방주를 만들겠다고 한다. 사람들의 조롱과 외면이 이어지지만, 결국 그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게 된다는 것이 이야기의 골자다.

그래도 분명 승산은 있다. 유치찬란한 유머로 무장하는 대신, 가족의 소중함과 협동, 화해의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친환경적인 요소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 많은 동물과 새들을 왜 방주에 태웠는지, 영화가 끝나고 한참 뒤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이들은 역시 자연과 함께 커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얻고 나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게다가 이번 촬영팀은 영화의 메시지를 실천하기 위해 영화 촬영장에서도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고, 세트 물품들도 모두 재활용하고, 대형 배 세트에 이용됐던 물건들은 ‘사랑의 집짓기 운동 연합’에 기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올바름’이 과연 영화의 양념이 될지는 미지수다. 26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