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이 내 삶을 채워”

피아니스트 임동혁(23)씨는 푸른 빛과 회색이 반반씩 섞여있는 머리 염색을 하고서 인터뷰 장소에 나왔다. 지난달 30일 폐막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공동 4위에 입상한 직후, 미국 뉴욕의 한 미용원에서 염색했다고 했다. “심경에 변화를 주고 싶어서요.” 튀는 머리색에 비하면, 답변은 평범했다.

임씨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폐막 이후 18일 귀국했다. 사흘 전, 일본 도쿄에서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대신해서 리사이틀 무대에 선 뒤 돌아왔다.

200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수상 거부), 2005년 쇼팽 콩쿠르 공동 3위 입상에 이은 ‘3대 콩쿠르’ 도전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콩쿠르 결선 진출 직후 국내 음악계가 걸었던 기대가 컸고 아쉬움도 많았다.

“과정에는 전혀 후회가 없어요. 결과는요? 나쁘진 않았다고 해야겠죠.”

일본 리사이틀에서 임씨는 슈베르트의 즉흥곡과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7번 등을 연주했다. “콩쿠르 곡들을 계속 우려먹는거죠.” 답변은 계속 시니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