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시선] 최고·최악의 영화

엄지손가락이 셋 있다면 셋 모두를 들어올리고 싶은 영화가 있고, 반대로 들고 있던 팝콘을 집어던지고 싶은 영화도 있게 마련이다. 2007년도 절반이 후딱 지나간 지금, 내 취향과 전문가들의 취향은 어떻게 다를까. 미국의 영화 전문 사이트 로튼토마토스닷컴(rottentomatoes.com )이 그 해답으로 보고서 하나를 제출했다. 제목은 ‘2007 상반기: 최고의 영화 TOP 25와 최악의 영화 TOP 10’.

이 사이트는 미국의 영화 기자·평론가들의 영화평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리뷰 창고’다. 각 영화평이 매긴 점수를 합산해서 이 영화가 새롭고 뛰어난지, 그렇지 않은지를 수치로 평가한다. 사이트 제목처럼 상한 토마토인지, 신선한 토마토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번 ‘최고의 영화, 최악의 영화’는 최소 50개 이상의 리뷰를 얻은 영화를 대상으로 했다. 흥미롭게도 ‘최고의 영화’에는 우리나라에서 곧 개봉할 영화가 제법 있다.

최고의 영화 1위는 다음 주 목요일(26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라따뚜이’. 신선도 지수(토마토 지수)는 96%다. 134개의 영화평 점수를 합산한 결과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력지 영화담당 기자만 따로 모아놓은 ‘최고 전문가(Cream of the Crop)’ 지수는 무려 100%. ‘인크레더블’을 만들었던 브래드 버드(Bird)가 연출한 이 애니메이션은 요리에 천부적인 솜씨를 타고 난 생쥐가 주인공이다. 예술가의 재능, 그리고 엘리트와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픽사(Pixar) 영화니만큼, 대중적 재미는 기본이다. 우리나라에서 곧 볼 수 있는 영화 위주로 언급하면, 3위는 존 카니(Car ney)가 연출한 아일랜드 영화 ‘원스(Once)’. 8월 9일 시작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개막작이다. 영화제 영화에 대한 편견은 버릴 것.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5위는 지난달 개봉했던 ‘뜨거운 녀석들’. 쿠엔틴 타란티노(Tarantino)의 2000년대식 재래(在來)라고 불리는 에드가 라이트(Wright) 감독의 좌충우돌 경찰 코미디다. 극장에서 놓친 분들의 필견(必見)을 권한다. 6위는 마이클 무어(Moore) 감독이 미국의 의료보험제도를 고발한 다큐 ‘시코(Sicko)’가 차지했고, 흥미롭게도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7위를 차지했다. 신선도 지수는 92%. 129개의 리뷰가 달려 있다. 다음 달 15일 개봉하는 데이비드 핀처(Fincher) 감독의 ‘조디악(Zodiac)’이 8위. 미국 최악의 연쇄살인범을 그린 미스터리다.

다행(?)스럽게도 ‘최악의 영화 TOP10’에는 다이앤 키튼(Keaton)이 주연한 ‘철없는 그녀의 아찔한 연애코치’(1위)와 짐 캐리(Carrey) 주연의 ‘넘버 23’(2위)를 제외하면 대중에게 익숙한 이름이 별로 없다. 할리우드 직배사들도 분위기(?)를 파악해 개봉을 꺼렸거나, 수입 자체를 하지 않은 까닭이다. 참고로 이 사이트가 집계한 역대 최고의 영화는 프랜시스 코폴라(Coppola) 감독의 ‘대부’, 최악의 영화는 할리 베리(Berry) 주연의 ‘캣 우먼’이었다. 여러분도 한 번 ‘신선도 지수’를 매겨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