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이고 풀고… ‘명성’ 재확인한 부천필의 말러

말러가 안겨주는 부담 때문일까. 20일 부천시민회관에서 열린 부천 필하모닉의 말러 교향곡 6번 연주회를 앞두고, 관악과 타악 주자 대부분이 30분 정도 일찍 무대에 나와서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부천 필하모닉은 지난 1999~2003년 예술의전당에서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 한데 이어, 지난해부터 부천 음악 팬들을 위해 ‘말러 인 부천 시리즈’를 열고 있다. 지역 팬들을 위한 ‘다시 듣기 서비스’인 셈이었다.

부담은 필요 없어 보였다. 직선적이고 공격적인 행진곡 풍의 1악장 초반부터 지휘자 임헌정은 박자를 빠르게 잡아가며 긴박감을 잘 살려나갔다. 지휘자와 악단은 20여 분에 이르는 첫 악장을 능수능란하게 조였다가 다시 풀어냈다.

3악장 안단테 모데라토에서는 부천 필이 자랑하는 현악 파트의 단아함과 윤기가 빛났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을 비롯해 다목적으로 쓰이는 공연장이기에 오케스트라만의 풍성하고 넉넉한 질감을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마지막 4악장에서 타악 주자들의 박자감이 흐트러졌고 관악에서 몇 차례 실수가 있었지만, 호연(好演)에 방해가 되지는 못했다.

방학을 맞아 공연 감상문 작성을 위한 청소년 관객이 많았고, 늦게 도착한 관객들을 위해 1악장이 끝난 뒤 5분 여간의 휴지기(休止期)가 있었지만 80여 분 내내 객석 분위기는 진지했다.

내년 창단 20년을 앞두고 부천 필은 말러 교향곡을 다시 연주하는 데 이어, 올 가을부터는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 연주 장정에 들어간다.

콘서트 전용 홀 건립 계획이 아직 명쾌하게 결론나지 않았고 서울의 교향악단에 비해 공연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편이지만, 부천 필은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레퍼토리 선정을 통해 대표적인 ‘한국형 명문 악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날 콘서트는 그 징표가 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