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불계승

〈제11보〉(139~156)=올해 LG배 1회전 종료 결과 생존자는 한국과 중국이 각 6명, 일본 4명으로 나타났다. 본선 출전자 수 대비 생존 비율로 보면 한국과 중국은 각각 40%, 60%에 그친 반면, 일본은 놀랍게도 80%의 성적으로 모처럼 분전했다. 또 전년도 우승자는 초반 탈락한다는 징크스가 올해도 적중, 디펜딩 챔피언 저우쥔쉰(周俊勳·대만)이 단 1승도 못 거두고 탈락해 화제를 모았다.

 

승부의 긴장감은 이미 오래 전 사라진 상태. 백이 대차(大差)로 앞서 있다. 이긴 쪽도, 진 쪽도 평온한 표정으로 판을 메워가고 있다. 보기에 따라선 돌을 거두지 않는 흑 쪽의 비례(非禮)로 비칠 수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류시훈으로선 모처럼 고국의 새카만 후배와 마주 앉아 수담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는지 모른다. 140으로는 왜 ‘가’에 끊고 잡지 않았을까. 이걸로 충분하다는 뜻이다. 145는 11집에 달하는 큰 곳. 152는 정수로, 만약 153에 두어 욕심을 부렸다간 참고도 6까지 수가 난다. 하지만 참고도처럼 됐더라도 역전은 아니라니 벌어진 간격이 너무 컸다. 이 바둑은 204수까지 이어져 백 불계승으로 끝났으나 156수 이후 수순은 무의미해 총보로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