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개봉일은 '고무줄'?...할리우드 영화 피해 잇단 급변경

 

'한국영화 개봉일은 고무줄?'

다음 달 9일 개봉될 예정이었던 영화 '두 사람이다'(감독 오기환)가 같은 달 23일로 개봉일을 전격 변경했다. 아울러 다음 주 월요일(30일) 열릴 예정이었던 기자시사회 일정 역시 바뀌게 됐다. 제작사는 "시장 상황이 여의치 못해서 조금 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갑작스런 일정 변경의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과 같은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목요일(26일) 개봉하는 '므이'(감독 김태경) 역시 이같은 홍역을 치렀다. 당초 '므이'는 지난 화요일(17일) 개봉될 예정이었지만, 심의 반려로 인한 재편집을 이유로 기자 시사회 바로 하루 전 개봉일 변경을 고지했다. 결국 1분30여초 가량의 분량을 덜어내고 원하던 등급(15세)으로 개봉하게 됐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작들 사이에서 눈치 작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다음 달 15일과 9월6일 각각 개봉하는 영화 '만남의 광장'(감독 김종진), '내 생애 최악의 남자'(감독 손현희)도 비슷한 이유로 개봉 일정을 바꾼 경우다. 두 영화 모두 '영화가 너무 잘 나와서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개봉일을 바꿨다'고 했지만, 영화 관계자들은 할리우드 발(發) 소나기를 피하려는 '작전상 후퇴'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개봉일은 여러가지 변수에 의해 다소 유동적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자시사회나 원래 개봉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갑작스레 바뀌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그만큼 영화계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하반기 개봉 라인업도 지극히 유동적이다. 추석 연휴 개봉작들만 대충 윤곽이 나왔을 뿐 10월부터 연말까지 라인업들은 어떻게 꾸려질 지 불투명하다. '무림여대생' 'M' '11번째 남자' '식객' '어깨너머의 연인' 등 적잖은 작품들이 극장에 내걸릴 날만 목을 빼놓고 기다리고 있다.

상-하반기 배급 라인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무너진 거나 다름없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단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하루 이틀 정도 개봉일을 앞당기는 것 역시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됐다.

지난 5월1일 '스파이더맨3'(화요일)의 개봉을 신호탄으로 목요일로 고정돼 있다시피 했던 개봉일이 마음대로 늘어지고 있다. 전야제, 유료시사회 등의 명목으로 하루 앞당기는 것은 예사고, 공휴일이 낀 경우 슬그머니 이틀을 당기기도 한다. 그만큼 그 전 주 개봉작들은 평가의 기회가 줄어드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홍보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개봉 준비하다 중단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젠 극장에 내걸려야 '하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지금 담당하고 있는 영화도 솔직히 언제 개봉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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