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LG배 세계기왕전] 기대와 아쉬움

〈총보〉(1~204)=승부와는 무관하지만 막판 재미있는 장면 하나가 발생했다. 193으로 196 자리에 끊으면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 참고도를 보자. 흑 1이면 백도 2로 끊는다. 우변 백이 우상귀 흑을 놓고 때리게 하느냐가 관건. 흑 3 이하 8까지 필연의 수순으로 우변 백은 하변으로 연결해간다. 193이 정수였다는 뜻이다.

흑은 모처럼 호방한 작전을 폈으나 결정타를 꽂아 넣지 못하고 완패했다. 좌중앙과 우변 백 어느 쪽에라도 좀 더 적극적인 공격을 폈어야 했다는 중평. 특히 우상귀 쪽의 수읽기 착오가 결정적 패인이 됐다. 모처럼 고국 나들이에 나섰던 류시훈과 그의 팬들로선 아쉬움이 남는 한 판이었다.

만 19세 햇병아리 초단 한상훈은 국제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정확한 수읽기와 함께 시기 포착 능력과 뱃심도 돋보였다. 이 바둑을 검토한 최규병 九단은 “물결이 몰려오면 그 물결에 몸을 맡길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런 능력도 엿보인다”며 극찬했다. 한상훈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보자. (182…53, 204수 끝 백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44분, 흑 2시간 5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