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자학 모드’에 10대는 열광한다

분명 ‘아이돌’(idol·10대들의 우상)이 등장하긴 한다. 10대 소녀팬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댄스 그룹 ‘슈퍼 주니어’ 멤버들이 주인공이니까.

◆과장된 몸짓, 만화적 상상력, 독특한 분장과 결합하라.

하지만 ‘꽃미남 연쇄 테러 사건’을 그렇고 그런 기존 ‘아이돌 영화’ 부류에 집어 넣는다면 실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터넷 만화를 보는 듯한 키치(kitsch)적인 구성에, ‘젠체하지 않는’ 평범한 인물을 연기하는 ‘아이돌 영화’의 새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런 트렌드는 최근 수년간 일본 영화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일본 그룹 ‘아라시’ 멤버들이 주연한 영화 ‘피칸치’(2002)와 ‘피칸치 더블’(2004)의 성공 이후 ‘코믹 아이돌’ 영화가 주류로 떴다. 이 영화에서 아라시 멤버들은 3년간 재수를 하다 학원 이름에 꽂혀 갑자기 손뜨개질에 인생을 건다든지, 아줌마 파마머리 혹은 80년대식 부풀림머리(일명 ‘후카시머리’)로 건달 행세를 하는 등 더 많이 망가질수록 주목을 받았다. 남들 인생 구하는 영웅이 되려 하거나, 완벽남으로 스스로를 포장하려는 구석은 찾아보기 힘들다. 젝스키스 주연의 ‘세븐틴’(1998)이나 H.O.T의 ‘에이지 오브 피스’(2000), 가수들이 대거 출연한 ‘긴급조치 19호’(2002) 등 아이돌이 멋있게만 그려진 국내 영화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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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뻑 모드’에서 ‘자학모드’로

무엇보다 달라진 건 스스로 망가질 줄 안다는 것. 아이돌이 영웅이 되고, 아이돌이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는 ‘자뻑 모드’에서 벗어나, 자기들 얼굴에 스스로 침을 뱉을 수 있는 ‘자학 모드’로 변신했으니 말이다. ‘꽃미남…’에서 아첨꾼 부회장 역을 맡은 려욱은 2:8 가르마를 양쪽으로 곱게 빗어 쫙 붙여버린 머리 스타일에, 새침데기 여자 같은 몸놀림 등으로 변신해 주목을 끌었다. 물론 연기도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변(便)테러’를 당한 성민 역시 동네 학예회에서 볼 법한 어린 왕자 복장에 왕관을 꽂고, 꽃가루를 날리며 싸구려 목마 위에 앉아 포즈를 취하기도 했고, 강인과 희철은 그들의 히트곡 ‘로꾸거’를 들으며 “저 것도 노래라고~”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할리우드에서도 이런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스타일 아이콘’인 제시카 심슨은 앞으로 개봉할 영화 ‘블론드 앰비션’에서 일부러 촌스런 패션을 과시했고, 가수 발굴 TV 프로그램에서 냉혈한 심사위원으로 유명세를 탄 사이몬 코월은 “두 명의 가수 지망생들이 벌이는 성장 드라마를 코믹하게 엮어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은

이 영화는 ‘슈퍼 주니어’(이하 슈주)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분명 화제가 되긴 한다. 하지만 슈주가 나오니 오히려 ‘B급 아이돌 영화’가 아닐까 하는 시선도 있다.

처음엔 슈주가 아닌 신인들을 기용할까 생각했었다는 제작사측의 입장처럼, 반드시 슈주를 내세우지 않고서도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매력이 다분히 있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드라마 ‘연애시대’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 등에서 감각 있는 대사를 선보였던 박연선 작가가 힘이 됐다.

물론 아직 발성이나 연기가 미흡한 일부 멤버가 눈에 띄긴 했지만, 최시원이나 김기범 등 이미 연기 경험이 있는 멤버들이 무게감을 실었다. 2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